[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주택시장 불황이 길어지자 '짝퉁 아파트 브랜드'도 줄었다.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를 모방해온 중소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여건이 악화돼서다. 이런 경향은 지방에서 더 하다. 지방까지 진출한 대형 건설사들의 영향이다.
서울 신월동에는 '레미앙' 아파트가 있다. (주)창도건설이 지은 나홀로 아파트로 2004년 입주했다. 총 30가구 규모다. 이 아파트는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來美安)'을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은 2000년 론칭한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다.
'한미래(韓美來)' 아파트도 있다. 한미종합건설이 2003년 준공한 천안시 서북구의 '성환한미래'다. 아파트 벽면 로고는 언뜻 보면 '래미안'으로 착각할 정도다.
경북 포항시 '푸르지요' 아파트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를 연상시킨다. 로고는 롯데건설 '롯데캐슬'의 상징인 독수리 문양을 넣어 둘을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전주에 본사를 둔 동도건설 브랜드 '미소드림'은 청산돼 사라진 신성건설의 '미소지움'과 비슷한 이름이다.
'아파트 짝퉁 이름'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이던 2005~2006년에 성행했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겪으며 업황이 악화되자 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비슷하게 짓던 중소업체는 아파트를 공급할 여력조차 없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건설사의 지방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로 수도권에 아파트를 짓던 대형건설사들이 끝없이 침체하는 수도권을 탈피해 지방으로 일감을 찾아 내려갔다. '진짜 브랜드'가 착륙하자 '가짜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게 된 셈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에서 브랜드 아파트를 만들지 않아서 '짝퉁' 느낌조차 들지 않았지만 2009년께부터 지방에서도 브랜드 아파트를 내놓기 시작했다"며 "요새 중소건설사는 주상복합이나 연립주택을 많이 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짝퉁아파트란 오명으로 오히려 아파트 가격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줄었고 공급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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