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분야가 부동산이라고 소개한 뒤 요즘 심심찮게 들어오는 문의들이다. 이 분야를 담당한 지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돈 되는 투자처를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는 능력자(?)로 보여지는 모양이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에이 그 정도 밖에 안되나"라는 뒷담화 주인공이 되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일 정도다.
실제로 GS·KCC·호반·우남·모아 등 5개 업체의 지난달 동탄2신도시 청약 평균 경쟁률은 4.82대1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3656가구 모집에 접수건수가 1만7636건이었다. 3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에 이렇게 좋은 반응을 보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보 청탁자들도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내년 새 정권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부동산 부양정책에 나서고, 최근 몇 년 동안 주택 신규공급이 적어 수급 변화에 따른 가격 반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내려가 대출이자 부담 역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친절하게 제공하는 이도 적잖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 될 수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토록 오랜 동안 활황이었던 부동산 투자의 덕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용인 일대 아파트 분양딱지를 팔아 수천만원을 벌었다거나 참여정부 시절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서 한 때 투자원금 대비 두 배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케이스는 양반에 속한다. 대부분은 그런 호기들을 번번이 놓치고 난 후 '다음 기회'를 절치부심하고 있는 부류다.
과연 이들은 원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큰 기대를 접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 청약결과도 그렇고 미국 주택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는 등 분명 긍정적인 메시지는 여기저기 포착되고 있다"며 "하지만 저성장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처럼 상당한 시세차익을 겨냥하고 접근하는 것 자체를 삼가야 한다"고 못박았다.
모 공기업 사장은 "유럽재정위기 여파가 걷힌 뒤 부동산 시장이 정상권을 찾기 위해서는 4~5년은 더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하우스푸어 500만명 시대다.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냉철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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