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액은 급증했으나 신고자 수는 지난해나 올해나 한 자릿수라고 한다. 1인당 평균 100억원 이상 거액을 스위스 계좌에 넣어둔 셈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세청이 납세자의 비밀을 보호해줄 의무가 있다며 입을 다물고 있어 알아낼 도리가 없다.
지난해 2월 스위스 국세청은 한국주식에 투자한 스위스 계좌에서 발생한 배당수익의 5%(58억원)를 양국 배당세 차액이라며 한국 국세청에 보내왔다. 역산하면 스위스 계좌에서 한국주식에 투자된 금액만 1조원 가까이 된다. 따라서 스위스 계좌 신고의무 이행률은 10%에는 물론 1%에도 미달하는지도 모른다. 스위스 한 나라만 해도 이런데, 전 세계 조세피난처를 떠도는 미신고 한국인 돈은 얼마나 많을까.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는 1970년대 이후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이 888조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런데 스위스 계좌를 포함해 신고된 해외 금융계좌 총액은 18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그 돈이 다 불법자금은 아니다.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상 필요하여 개설된 해외계좌도 많다. 그러나 그 중 상당 부분은 역외탈세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전면전을 벌인다는 각오로 해외 금융계좌 감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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