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불길한 일,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 징크스의 사전적 정의다. 이번에도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곡절 많던 4년여를 이겨내고 다시 나섰지만, 그를 기다린 건 눈물뿐이었다.
'불운의 사나이' 왕기춘이 30일(한국시간)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경기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준결승전에서 만수르 이사예프(러시아)에 패한데 이어 동메달 결정전에서마저 우그 르그랑(프랑스)에 무릎을 꿇었다.
좌절은 곧 슬럼프로 이어졌다. 2009년 왕기춘은 폭행시비에 휘말리며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유도와의 질긴 인연까지 놓을 순 없었다. 절치부심 끝에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 달성을 시작으로 5번의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달렸다.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했다.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인 듯했다. 종합대회와의 악연도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징크스는 또 다시 그를 괴롭혔다. 4년 전과 데칼코마니 같은 반복이었다. 왕기춘은 리나트 이브라기모프(카자흐스탄)와의 32강전에서 암바 공격을 당하며 오른팔 인대에 부상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준결승에선 왼팔까지 다쳤다. 팔 기술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니 제 기량이 나올 리는 만무했다. 전기영 SBS해설위원은 "주특기인 업어치기나 빗당겨치기를 위해선 오른손으로 상대를 잡아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없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왕기춘은 준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차례로 무너졌다. 4년을 기다린 설욕의 무대는 그렇게 또 다른 악몽이 돼 돌아오고 말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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