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16일 인천지방법원 행정 2부의 판결이었다. 인천지법 행정 2부는 인천 부평구와 남구에서 유통업체 9곳이 낸 '영업규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업체들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영업제한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유통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집행정지 가처분을 이끌어낸 인천의 대형마트와 SSM들은 지난 22일 '매주 일요일 영업합니다'란 식의 현수막이나 벽보 등을 써 붙이고 발빠르게 영업을 개시했다. 경인전철 1호선 부평역사에 자리한 롯데마트에는 '일요일 휴무로 쌓인 농수축산물 특별대방출'이라는 코너까지 만들어 손님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우선 유통업체들의 가처분 신청이 지난 5월 한 차례 기각됐다가 법원에서 다시금 받아들여진 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달 서울행정법원이 '유통업체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영업규제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뒤 법원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인천 부평구에선 가처분 신청이 수용된 바로 그 날(16일) 대형 판매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일을 지정한 조례를 손 보기도 했다. '제한한다'고 돼있던 조항을 '제한할 수 있다'로 바꿨다. 역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른 조치였다.
인천 부평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상인 김모 씨(57)는 "지역 상인과 시민단체들이 애써서 마련해놓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착찹하다. 법원까지 유통업체 손을 들어줬으니 인천의 중소상권은 이제 뭘 가지고 보호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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