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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분있는 상처를 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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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석동 금융위원장)"
"근거도 없이 조사를 나갔겠는가.(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언젠간 밝혀질 '사실'에 대해 누군가는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순간만이 남아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한 쪽의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양도성예금증서(CD) 조작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나선 공정거래위원회와 '담합은 없다'고 공언한 금융위원회에 대한 얘기다.

실체적 진실이 위치할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지만 조사 이후 나올 결과는 딱 두가지다. 금융권의 CD금리 담합 및 조작이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먼저 조사결과 CD금리 담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금융권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CD금리와 연동된 대출상품 규모가 196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소송 및 책임 추궁으로 시장은 일대 혼란을 빚을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 수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며 시장활동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비난의 칼 끝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도 향하게 된다. 공정위 조사가 발표되고 난 이후에도 금융당국은 CD금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면서도 '담합은 없다'라고 비교적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감시자로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과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공정위가 뚜렷한 담합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하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ㆍ무엇을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의 결과는 보잘것없이 변변치 못하였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 책임도 져야 한다. 금리인하라는 대의명분에 묶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내부 눈총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 지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의 '소신'이나 '치적'이 아닌 책임론과 비난, 문책으로 사태가 마무리 될 것이란 사실이다.

변화는 부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결국 누구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교훈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와 상관없이 CD금리 담합조사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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