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도 없이 조사를 나갔겠는가.(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언젠간 밝혀질 '사실'에 대해 누군가는 입장을 번복해야 하는 순간만이 남아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한 쪽의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실체적 진실이 위치할 스펙트럼은 대단히 넓지만 조사 이후 나올 결과는 딱 두가지다. 금융권의 CD금리 담합 및 조작이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먼저 조사결과 CD금리 담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금융권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CD금리와 연동된 대출상품 규모가 196조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소송 및 책임 추궁으로 시장은 일대 혼란을 빚을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 수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며 시장활동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반대로 공정위가 뚜렷한 담합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하면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ㆍ무엇을 크게 떠벌리기만 하고 실제의 결과는 보잘것없이 변변치 못하였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한 책임도 져야 한다. 금리인하라는 대의명분에 묶여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는 내부 눈총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 지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의 '소신'이나 '치적'이 아닌 책임론과 비난, 문책으로 사태가 마무리 될 것이란 사실이다.
변화는 부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결국 누구에게 치명상을 입힐 것이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교훈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와 상관없이 CD금리 담합조사에 대한 최소한의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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