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고문은 당초 권역별 순회경선을 통해 단 한 번에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이른바 '원샷 경선'을 하자고 주장했다. 반면에 손학규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은 결선투표를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전철을 밟는 룰의 전쟁이 예상됐다가 문 고문의 '결단'으로 한순한에 교통정리가 됐다.
시선은 바로 옆집인 새누리당으로 향한다. 지난 1차 경선규칙 파동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2차 파동조짐이 보인다. 1차 파동은 정몽준ㆍ이재오 의원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했다가 박 전 위원장의 원안고수로 경선에 불참해서 발생했다. 당시 두 의원측 관계자들은 "우리 요구가 받아들이더라도 박 전위원장이 대선후보가 될 확률은 99% 아닌가, 반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이대로 박 전 위원장이 사실상 추대되면 본선에서 질 확률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뒤늦게 김문수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고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가세하면서 그나마 경선 모양새가 갖춰졌다.
이번에는 비박(비박근혜) 주자 4명이 경선규칙 변경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경선 선거운동 기간 총 13회의 합동연설회를 실시하려던 계획을 바꿔 합동연설회를 6차례, 정책토크ㆍ타운홀미팅을 7차례 각각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새누리당 선거관리위는 18일 제10차 전체회의를 열어 합동연설회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누어 총 10회 실시하고 정책토론회(타운홀 미팅, 정책 토크 등)를 총 3회 실시하기로 했다. 당초안에 비해 합동연설회는 6회에서 10회로, 정책토크와 타운홀미팅은 7회에서 3회로 줄어들었다.
박 전 위원장측은 이번에도 경선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박 전 위원장을 선거의 여왕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의 효과가 표(票)로 극대화돼서 나온 말이다. 박 전 위원장도 '사당화ㆍ불통' 지적에 "팔이 아플정도로 전화를 많이 한다" "국민과 소통이 더 중요" "소신과 불통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2011년을 표현한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 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을 선정했다. 귀를 막고 종을 친다는 것으로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박 전 위원장과 측근들이 되새겨볼 사자성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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