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 형의 구속, 靑의 침묵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11일 외부행사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회 인구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차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구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꼭 참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있었다"며 "행사에서 대통령이 제시할 적절한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초 예고된 일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한 데에는 이 대통령의 침통한 심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행사 참석을 취소한 시기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10일밤이었다. 이 대통령은 친형의 구속 소식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도 충격에 빠졌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진행상황을 살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모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허탈한 한숨을 감추지는 못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측근들의 비리에도 불구, 이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없이 정권이 탄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정권"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이 전 의원 구속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사과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지만, 그 시기와 방식 등을 두고 참모들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군사포괄정보보호협정(GSOMIA) 졸속 처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앞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특검, 내곡동 사저 국정조사 등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경제상황도 만만치 않다.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3.3%로 하향 조정한 성장률 목표 만큼은 끝까지 지켜내야 하고, 물가도 2%대로 잡아야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현 정부와 선을 분명히 긋고,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에 '실패했다'는 멍에를 뒤집어씌우는 분위기도 있다. 국정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대통령으로서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고립무원이다.
임기말을 맞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결같이 고뇌에 빠진 모습이었다.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터져나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는 것에서 고뇌는 시작됐다. 미래권력은 현재권력을 짓밟고 일어서려는 속성이 있다. 국민들로 하여금 기존의 것들을 증오하고, 새 것에 열광하도록 만든다. 어쩌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불행한 대통령'을 향해 5년을 달려가는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숙명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