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초 예고된 일정을 특별한 이유 없이 취소한 데에는 이 대통령의 침통한 심정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행사 참석을 취소한 시기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10일밤이었다. 이 대통령은 친형의 구속 소식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이 전 의원 구속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사과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지만, 그 시기와 방식 등을 두고 참모들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군사포괄정보보호협정(GSOMIA) 졸속 처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앞으로 민간인 불법사찰 특검, 내곡동 사저 국정조사 등 험난한 파고를 넘어야 한다. 경제상황도 만만치 않다.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3.3%로 하향 조정한 성장률 목표 만큼은 끝까지 지켜내야 하고, 물가도 2%대로 잡아야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현 정부와 선을 분명히 긋고,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에 '실패했다'는 멍에를 뒤집어씌우는 분위기도 있다. 국정을 한시도 놓을 수 없는 대통령으로서는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고립무원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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