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더라도 미분양 땐 더 큰 손실" 고육지책
성북구 보문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사례를 보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서 역할하는 데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조합원들이 재개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당초 일반 분양되는 대형주택 분양가를 높여 잡았으나 미분양으로 남을 경우 오히려 부담이 커진다고 보고 일반분양분 분양가를 낮춘 것이다. 금액도 적지 않다. 총 50억원 규모다.
이 총회의 핵심은 일반분양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하향조정이다. 중대형에 대한 거래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춰서라도 피해를 줄이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가격 조정대상은 공용 107ㆍ109㎡ 39가구, 148㎡ 53가구, 157㎡ 22가구 등 총 114가구다.
조합이 마련한 관리처분계획기준안을 살펴보면 107㎡와 109㎡ 일반분의 가격이 크게 조정됐다. 비교적 부담이 덜한 76㎡는 변경이 없지만 107㎡A형(3.3㎡당 1621만7000원), 107㎡B형(1608만2000원), 109㎡C형(1553만원) 모두 1450만원으로 조정됐다. 3.3㎡당 최대 170만원이 낮아진 것으로 148㎡도 유형별 평당 단가가 기존 1598만9000원에서 1450만원으로, 157㎡ 역시 1632만7000원에서 1470만원으로 각각 낮아졌다.
우선 보문4구역의 경우 이미 착공에 들어가 최근 다른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에서 선택하는 '자발적 소형확대'를 적용할 수 없다. 소형을 늘리기 위한 설계변경을 추진하더라도 평형조정에 따른 심의는 물론 구역지정까지 다시 받아야해 최소 1년 이상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2013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기본골조가 들어선 상황에서 자칫 금융비융이 불어나 조합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 보문4구역 조합은 사업초기 일으킨 PF로 인해 이미 월 4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분양가를 낮춰 일반분양을 조기에 모두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 사라진 중대형에 대한 수요 심리를 '저렴한 분양가'로 돌려세우겠다는 것이다. 윤주현 재개발조합 이사는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중대형으로 구성된 일반물량을 모두 털어낼 자신이 없다"며 "일반분양분이 1~3층에 몰려있는데다 기존 분양가로 시장에 내놓을 경우 이번 조정으로 인한 추가부담금을 넘어서는 막대한 금액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조합원들이 분양을 해보지 않고 나선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80%가 아닌 72%수준까지 분양가를 낮춰야할지도 모른다"며 "향후 발생할 조합원들의 피해를 사전에 최소화하고자 피눈물을 머금고 결정한 사안에 대해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이해를 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문4구역의 이같은 움직임에 서울시는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형대로 평형을 줄이고 분양가 낮추는 조합들의 결단은 사업성을 최대한 보장받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택수급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정비사업에서의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보문4구역은 2005년 7월 추진위원회가 마련된 후 2007년 8월 정비구역지정, 2007년 10월 조합설립인가, 2008년 6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빠른 사업속도를 보여왔다. 이후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과의 소송이 발생했지만 2010년 4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뒤 이주, 철거 작업을 마무리한 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대림산업으로 사업이 완료되면 성북구 보문동3가 225-1일대에는 용적률 220%를 적용받은 아파트 440가구(임대 79가구 포함)와 부대복리시설이 들어선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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