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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토박이 정옥향 명창..17년째 어르신 '소리' 음악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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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토박이 정옥향 명창..17년째 어르신 '소리' 음악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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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종로 토박이 정옥향 명창(사진·여·61)이 17년째 '찾아가는 작은음악회'로 어르신들에게 구수한 판소리를 선보인다. 정 명창은 무형문화제 5호 수궁가 준보유자다. 미혼으로 '소리'와 결혼한 그는 종로 탑골공원, 종묘, 노인회관 등을 찾아 핵가족화로 소외된 어르신께 구수한 위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인사동에서 만난 정옥향 명창은 "도시화, 핵가족화로 가족들로 부터 소외돼 외롭게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지난 1996년부터 매년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그분들께 작은 격려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명창은 16살 때부터 소리를 배웠다. 처음 춘향전 보유자인 김소희 명창을 만났고, 적벽가 보유자 박봉술 선생 밑에서 배우다 수궁가 보유자 정강수 명창을 소개받았다. 스물다섯 나이에 양암 정강수 선생의 수궁가 전수장학생으로 공부하며 지금은 고인이 된 스승의 소리를 잇고자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종로에서 소리를 가르치고 계신 김소희 선생과 첫 대면할 때 '동백아가씨'를 불렀는데 그 분이 어렸을 적 영글고 고왔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했다"면서 "지난 50여년의 시간이 흘러 수궁가를 잇고 판소리를 하려는 제자들이 성장하는 데 앞으로도 열정을 다 쏟고 싶다"고 했다.

정 명창은 결혼할 기회도 마다하고, 평생 소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국악 중에 인기종목인 판소리를 공부하는 후배들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도 컸다. 최근 퓨전국악이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전통 그대로의 우리가락이 소외될까 두렵기도 하다. 종로에서 국악로문화보존회와 양암원형판소리보존회 이사장으로 일하며 우리 소리를 이어가야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그는 "대중적으로 국악퓨전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정말 환영하지만 전통 소리 안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종류가 다양한 국악의 계보를 없애고 유명 전문 국악인만을 문화재로 인정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 명창의 수궁가 교육생은 20여명이다. 그는 학생들과 자주 강원도 양양 수련원을 찾는다. 정 명창이 사비를 털어 지은 판소리 수련원이다. 그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수련원에서 학생들과 밥도 지어먹고 농사도 하고 소리를 연습하다보면 정신도 또렷해지고 목도 시원하게 트인다"면서 자랑했다.

정 명창은 국내 공연 뿐 아니라 그동안 뉴욕과 일본 등지에서도 재외동포 어르신들을 찾아 우리의 가락을 선보이며 타향살이로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덜어주려 노력해왔다. 특히 해외에서는 꼭 '아리랑'을 부른다는 정 명창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눈물 흘리기 일쑤였다.

그는 "80~90대 어르신들이 늙어서 고향에 갈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에 젖어 '아리랑'을 들을 때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복받쳐 오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는 11일 오후 1시 종로구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정 명창의 '찾아가는 무형문화재 작은음악회'가 열린다. 정 명창이 사랑가 등을 선창하며, 윤충일 명창이 각설이타령을, 서혜준 명창은 경기민요를 선보인다. 정 명창의 제자 김사랑, 김초희 학생도 등장해 남도민요 가락을 어르신께 들려준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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