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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구룡마을 주민들 "공영개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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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보증금 6천만원·월세 40만원 큰 부담" 지적.. "공영개발이 낫다" 의견과 엇갈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전경.

서울에 남은 마지막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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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은 너무 가혹하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100% 재정착이 가능하다는 데 다른 말이 필요없다."

지난 22일 오후 찾은 구룡마을. 이곳 주민들은 최근 서울시의 공영개발 발표에 당혹해하기도 하고 찬성의 뜻을 나타내기도 하며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민영개발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구룡마을의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이에 따라 총 28만6929㎡의 구룡마을에는 SH공사 주도로 임대아파트 1250가구를 포함해 총 275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이는 당초 민영개발을 추진해온 구룡마을 주민들의 의견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외부에서는 우리가 남의 땅에서 살면서 공짜로 아파트 얻으려고 욕심낸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도 구룡마을을 지키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음을 인정해주면 좋겠다"며 "마을주민 400여명은 각각 33㎡의 땅을 갖고 있는 지주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우리의 권리를 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영개발 사수를 위해 강남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3지구에서 만난 신모(55)씨 역시 민영개발을 선호했다. 신씨는 "민영개발이 잘 되면 번듯한 아파트 한 채는 얻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평생 월세 내는 세입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구룡마을 거주민 중에는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많기 때문에 매달 내야하는 임대료 뿐 아니라 입주 때 필요한 3500만~6000만원 가량의 임대보증금조차 내기 힘든 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주민자치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구룡마을 거주민 100% 재정착을 위해 임대 보증금과 임대료를 낮춘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증금 3500만~6000만원에 매달 35만~45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야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임대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세 5만~6만원을 부담하면 되는데 구룡마을 주민 중 이런 조건을 갖춘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거주민 2500여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30여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사람들은 매달 35만~45만원을 내야한다는 소린데 그렇게 부담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19년 째 구룡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62·여)씨는 "거주민 100% 재정착은 허울 좋은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보증금 마련을 위해 대출받아 그 이자에 월세까지 내고 나면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며 "공영개발을 하느니 지금 갖고 있는 33㎡ 집을 고쳐서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영이든 민영이든 상관없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었다. 공영개발 소식을 접한 마을 주민 이모(53·여)씨는 "어차피 열악한 환경과 겨울 난방비 등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빨리 개발하는 게 낫다"며 "100% 재정착을 약속한다니 지금보다는 살기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오랜 세월 사유지를 불법점거 한 것이 사실이고 거주민 마다 지분 소유 여부 등 상황도 복잡하다"며 "민영개발을 해도 추가부담금은 발생할 수밖에 없어 공영개발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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