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5개월에 전체 10억도 안 빌려가
- 조건 까다롭고 대상 적어 실제 수요자들 도움 못 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금융권이 저소득층 대학생들을 겨냥해 내놓고 있는 학자금 대출 상품이 '빛 좋은 개살구'다. 정작 돈이 필요한 대학생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고, 조건이 되는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이를 반영해 실제 학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생보협회 사회공헌위원회가 추가로 학자금 대출 조건을 완화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현재 월 소득 239만원 이하(4인가구 기준)였던 대출 기준은 월 소득 430만원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며, 학점기준 또한 B학점 이상에서 C학점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대출 실적은 지지부진하다.
은행연합회도 최근 500억원을 조성, 18일부터 학자금 전환대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어 실제 돈이 필요한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학생이 아닌 청년은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사업자나 근로자, 기초생활 수급자가 대상이다. 최근 1년 이내 신용관리 대상자에 등재된 적이 있거나 최근 6개월간 대출 연체일이 90일을 초과하면 전환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대출 기간은 최장 7년 이내이고 원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상환하면 된다. 대출 금액은 1인당 1000만원 이내이며 대학생 1500억원, 청년 1000억원 등 총 2500억원 한도다.
금융권은 딜레마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학자금 전환대출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자격 조건을 무제한적으로 완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A은행 신용대출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은행이 금융소비자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렇다고 조건을 그대로 두자니 학자금 전환대출 실적이 부진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권 사회공헌 압박에 급히 재원을 마련하고 진행하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왕 좋은 취지에서 재원을 마련한 만큼 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고, 은행 창구 등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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