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수입제품 가격인하와 중소상공인들의 경기부양을 위해 허용된 병행수입제도가 대기업의 손쉬운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다.
이마트, 이랜드 NC백화점, 금강제화 등 업계 최강자들이 국내 브랜드 발굴보다는 유명 수입제품 유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강제화는 명동, 강남, 부산 매장 등에서 페라가모 구두를 판매하고 있다.
디자인도 30여종 정도로 일반 페라가모 매장과 큰 차이가 없다. 토즈 신발도 마찬가지로 금강제화에서 30여종의 디자인을 구비해 판매 중이다.
이마트도 국내서 뉴발란스의 인기가 높아지자 가격을 30% 다운시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전 매장에서 뉴발란스 574시리즈 운동화를 백화점 가격보다 30% 싼 6만9000원에 내놨다.
12가지 색상의 뉴발란스 운동화 1만켤레를 미국 현지로부터 병행수입해 벌써부터 엄청난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직매입 백화점 NC백화점 역시 병행수입 제도가 허용되면서 운영이 가능했던 방식이다. 이곳에 가 보면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 등에서 1~2년 전에 판매됐던 제품을 병행수입해 3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수입 명품 직매입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럭셔리갤러리' 등에서 70여개 패션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랑콤, 에스티로더 등 20여개 명품 화장품을 직매입한 '뷰티갤러리'도 운영 중이다.
국내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업체들이 국내 브랜드 발굴이나 자체 브랜드 개발보다 수입 브랜드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병행수입 허용의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면서 “중소업체들이 손대야 할 부분인데 대기업이 앞장서서 밥그릇을 다 차지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점계약을 통해 높은 가격으로 유명 브랜드를 국내 유통시키는 대기업이 다른 쪽으로는 경쟁기업이 취급하는 브랜드를 병행수입해서 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과연 병행수입의 주도권을 대기업이 잡았을 때 지금처럼 가격경쟁을 거쳐 값싸게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병행수입-같은 상표의 상품을 여러 수입업자가 수입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수입제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허용된 것.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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