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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女星⑤]차재연 KT 상무, 21년 'KT 우먼'의 성공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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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에서 '유리 천장'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여성 임원 1세대' 시대가 태동하고 있다. 1980년대 입사한 신입 공채들이 '별'을 달기 시작했다. 이른바 '여풍(女風) 시대'의 개막이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에이드리엔 멘델은 <유능한 여자는 많은데 왜 성공한 여자는 없을까>라는 저서에서 직장 생활에는 여자가 모르는 불문율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멘델은 유능한 여성은 많은데 성공하는 여성이 적은 이유로 "여성이 목표지향적인 남성 사회의 룰을 모른 채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려는 관계지향적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비즈니스라는 게임에서 이기려면 유능한 척, 강한 척하고 재미가 없어도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고, 필요하면 싸우고, 팀의 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삼성의 별(임원).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주체는 남성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신경영을 선포한 1992년 당시부터 '여성 중용'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조직은 남성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지난 연말부터 삼성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1993년 처음으로 뽑은 대졸 여성 공채 직원이 별을 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삼성의 여성 공채 1기가 상무로 진급한 사실은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컸다. 말 그대로 유리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한 조직에서 오랜 시간 몸담으며 남성과 당당히 경쟁해 살아남고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그들. 유리 천장을 과감히 깨트린 여성 임원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은 어떠할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겪은 파란만장한 그녀들의 인생 스토리. 20~30대 새내기 여성 직장인 후배들에게 들려주고픈 대한민국 여성 임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한다.<편집자주>
[파워女星 임원 꿰찬 1세대 그녀들의 Success Diary]
⑤차재연 KT 가치경영실 자금 담당 상무
수조원 주무르는 소탈女
나는 실력짱인 알파걸도 아니다
'차재연 팀'을 움직여온 팀플레이 주목하라
21년 'KT 우먼'의 성공 노하우
⑴팀워크가 성과를 만든다 ⑵사장 마인드로 무장하라 ⑶경제 기사는 매일 스크랩하라

차재연 KT 상무

▲1965년 서울 출생 ▲1988년 서울대 경영학 학사 ▲1991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1년 KT 경영연구소 ▲1999년 KT 기획조정실 ▲2002년 KT 재무실 원가 담당 ▲2003년 KT 가치경영실(구 재무실) 자금 담당 부장ㆍ상무 ▲2010년 KTDS 경영지원실장(CFOㆍCIO) ▲2010년 KT 코퍼레이트 센터 그룹시너지 TF장 ▲2012년 KT 가치경영실 자금 담당 상무

차재연 KT 상무 ▲1965년 서울 출생 ▲1988년 서울대 경영학 학사 ▲1991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1년 KT 경영연구소 ▲1999년 KT 기획조정실 ▲2002년 KT 재무실 원가 담당 ▲2003년 KT 가치경영실(구 재무실) 자금 담당 부장ㆍ상무 ▲2010년 KTDS 경영지원실장(CFOㆍCIO) ▲2010년 KT 코퍼레이트 센터 그룹시너지 TF장 ▲2012년 KT 가치경영실 자금 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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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만약 당신이 한 해 수십조원의 돈을 굴리는 대기업 여성 임원 자리를 제안 받는다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선뜻 손을 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감히 여자가 재무를 맡아?'라는 고리타분한 사회적 인식 탓이 아닐까. 어느 대기업에서나 '재무'는 남성의 전유물 중에서도 최고 영역에 속한다. "재무 담당 여성 임원은 눈 씻고도 찾아보기 힘든 별 중의 별"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대표 통신 기업인 케이티(KT)는 좀 다르다. KT 만의 기업문화가 독특하고, 나아가 차재연(47) 상무가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T의 가치경영실(옛 재무실) 자금 담당인 차 상무는 회사가 다섯 번째로 배출한 여성 임원이다. 지난 2009년 '별'을 달았다.

거액의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차갑고 딱딱할 것 같던 차 상무는 의외로 수줍음이 많았다. 사전 질문지에는 빼곡히 답을 적어 왔다. 인터뷰 이후 "하고 싶은 얘기를 미처 못 했다"면서 추가 답변도 직접 보냈다. 짧은 커트 머리에 말끔한 정장 차림의 차 상무는 겉보기엔 대장부 스타일이었지만 꼼꼼하고 세심하고 배려 깊은 여성이었다.

1991년 KT에 입사 후 올해로 21년차. 말 그대로 한 우물만 팠다. '차다르크' '돌격대장'이란 별명에는 그의 지난 세월이 묻어난다. '대기업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투자할까'라는 궁금증 하나로 시작된 그의 '돈 사랑' 스토리는 흥미진진 그 자체다. 여전히 진행 중인, 돈과 사랑에 빠진 차 상무의 인생 이야기를 전한다.

◆'내'가 아니라 '우리 팀'이 인정받게 하라

수면 아래에서 내공을 차곡차곡 쌓으며 때를 기다리던 차 상무에게 기회가 온 것은 지난 2008~2009년 무렵. 전 세계 금융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요동을 쳤고 기업에게 리스크 관리는 존폐를 결정짓는 최대 전략이 됐다. 이 때 차 상무는 자금기획 부장으로 하루하루 피 말리는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돈'과의 만남에 몸은 비록 바빴지만 벅찬 성취감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다고 회상한다.

"연구소로 입사해 7년을 지냈고 이후 기획조정실과 원가 담당을 거쳐 부장이 돼서야 전공(자금)을 찾아간 셈이죠. 일이 얼마나 다이내믹한지 모릅니다. 정말 무서운 게 돈이에요. 넘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사라지곤 하죠.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 팀워크는 드라마틱했어요."

2009년 차 상무는 언론의 조명을 한 몸에 받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조차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금융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해 수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숨은 주역으로 집중 거론됐다. 차 상무는 이런 대접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골을 넣어야만 경기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넣으면 이기는 것"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차 상무는 "기본적으로 팀워크가 훌륭했고 위아래 간의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이 신속했다"며 "모든 박자가 척척 들어맞았기에 가능했다"고 몸을 낮췄다. 또 "KT 내부에 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돈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력이 뛰어났고 매번 운도 따랐다"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해 차 상무에게 임원 자리를 안겨줬다.

팀플레이와 팀워크는 차 상무가 늘 강조하는 사회 생활의 '팁'이다. 그는 "'알파걸'로 자라온 여성 후배들이 각계에 활발히 진출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희소식이지만 오히려 이제까지 해온 방식만 고수한다면 조직 생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나도 여자고, 딸과 아들을 키우면서 느낀 점은 여자와 남자의 놀이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축구와 야구 등과 같은 팀플레이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보니 내가 아닌, 우리 팀이 골을 넣으면 이긴다는 것을 깨닫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업, 운동, 리더십 모든 면에 있어 남성을 능가하는 높은 성취욕과 자신감을 가진 여성을 뜻하는 알파걸이 일반적으로 '내가 이뤄낸 성과'를 통해 '내'가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데 이를 지양해야 한다는 질책이었다.

◆여성 임원 탄생 "KT에선 뉴스도 아냐"

차 상무는 KT 여성 직원 가운데 다섯 번째로 임원을 달았다. KT는 여성 임원 배출에 가장 적극적인 대기업. 올해 승진 예정자를 합해 총 21명의 여성 별이 곳곳에 있다. 차 상무는 "KT에서는 더 이상 여성 임원 배출이 뉴스가 안 될 정도로 지난 3년 동안 많은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된다면 그게 바로 이슈"라고 말했다. "'오히려 여성이니까 승진이 수월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임원이 되니 가장 좋았던 점은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의외의 답변이다. 차 상무는 "머릿속으로 구상만 하고 제 때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시절과 달리 회사가 보다 발전할 수 있는 방향과 전략에 대한 의견을 최고경영진 가까이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남녀를 떠나 후배 직장인에겐 이런 조언을 꼭 하고 싶어 했다. "내가 맡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내가 사장'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장이라면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결정했을까. 그런 생각에 미치면 맡은 일에 대해 마지막까지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대리와 사장의 관점은 달라요.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접근하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게 되고 일 잘 한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결국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지더라고요."

차 상무는 특히 KT는 타 대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기업문화가 있다며 '착한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입사했을 때부터 동료 사이에선 공공연히 이런 말이 오갔다. "우리 착한 기업(KT 지칭)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정말 좋은 회사 다니셨어요'라는 존경의 소리를 듣도록 하자. 회사를 위해 재미있게 일해보자."

임원이 되고 의사결정을 가까이서 보니 이런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KT 경영진은 최종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입사 후 지금까지 회사가 주는 이미지는 한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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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경제 기사 매일 스크랩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KT 경영연구소로 첫 입사한 차 상무는 '숫자'에만 익숙한 경영 학도(學徒) 티를 벗을 수 없었다. 그는 "경영을 전공하고 통신 회사에 들어와 보니 통신망 등 기술적인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면서 "통신 서비스, 규제, 네트워크 등에 대해 8년을 내리 공부했다"고 말했다. 경제 일간지를 매일 스크랩했고 닥치는 대로 읽고 이해하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끝이 보이지 않아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연구소를 나와 재무실과 원가팀을 거치면서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니까 접근법이 달랐던 것 같다"면서 "전략과 사업을 모르면 재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다. 이어 "숫자만 보게 되면 큰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재무 담당은 사업의 흐름을 읽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직원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치열하게 공부를 해둬라. 회사에 한두시간 일찍 나오고 업무를 끝내고도 공부를 해라. 실력을 쌓아야 향후 역량의 차이로 드러난다. 물이 끓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끓고 나면 열을 조금만 가해도 되지 않느냐. 공부는 내가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아는 즐거움을 느껴라."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요구하라

한 직장에서 여성 임원 자리를 꿰차기까지의 가장 큰 난관이 '육아'라는 점에는 차 상무도 동의했다. 얼마 전 외국계 제약사 모 여성 임원을 만난 자리에서 "임원이자 동시에 아내, 엄마로서 역할을 동시에 하다 보니 삶이 너무 고달프다"는 하소연을 듣고선 "매우 공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자 후배를 대할 때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겪느냐가 아니라 그를 통해 무엇을 배우느냐"라고 조언하는 그다. 이런 이야기도 곁들여서.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계가 있는데 일과 개인의 삶 어느 쪽도 포기하거나 희생할 수 없는 중요한 두 축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전쟁과 같다. 당당하게 요구하라. 이 문제는 개인과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할 가정사가 아니다. 여성 인력 없이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고 출산과 양육 없이는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 당당히 주변의 도움과 제도화를 요구해도 좋다."

원하면 최장 2년 쓸 수 있는 육아 휴직도 십분 활용하라고 말한다. 차 상무는 "당시는 육아 휴직 기간이 길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이유식을 단 한 번도 사 먹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며 "인생이란 긴 트랙에서 보면 아이와 함께 하는 2년이 결코 희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 다음 세대가 훨씬 수월하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어느 한 쪽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성취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비로소 사회 전반적인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란 게 차 상무의 가치관이다.

차 상무가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던 힘은 '긍정'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하는 동안 긍정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꺼냈다. 차 상무는 "나이 31살에 결혼을 하고 34~36살에 두 아이를 낳아 지금은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학부형이기도 하다"면서 "10살 어린 학부형 친구와 가끔 이야기를 나누면 젊게 사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웃었다.

차 상무는 스스로 "이런 노동 강도를 견딜 수 있을지 몰랐다"고도 말했다. 일에 있어서는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잘 하고 있어서', 가정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만 들어도' 긍정의 힘이 샘솟는다고.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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