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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과 삼각관계에 퀴어가? - 퓨젼 사극 뮤지컬 '풍월주'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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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과 삼각관계에 퀴어가? - 퓨젼 사극 뮤지컬 '풍월주'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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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전통 사회에서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와 춤, 풍류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여자.' 기생(妓生)의 의미다. 그러나 기생은 비단 술잔을 채우고 주린 욕정을 달래주는 이들만은 아니다. 아픈 속을 들어주고 만져주는 이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예인(藝人)의 길을 지켜오며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사람의 속사정을 풀어 놓는 고백의 창(窓)도 된다. 헌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다. 만약 그 창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이름도 생소한 남자 기생, 이런 '발칙'한 상상에서 뮤지컬 '풍월주'는 비로소 시작된다.

'풍월주'의 배경은 운루(雲樓). 신라시대 남자 기생들이 신분 높은 여자들을 접대하는 곳이다. '바람과 달의 주인' 이라는 의미의 '풍월주 風月主'는 각각의 사연을 품고 운루에 모여든 남자들을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일천한 존재다. 운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풍월주 열은 폭정을 일삼는 진성여왕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는 존재. 그러나 그의 마음은 운루의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사담을 향해 있다. 진성은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열에게 천하를 휘두를 권력을 약속하며 입궁을 약속한다. 사담을 저버릴 수 없는 열은 이를 거부하고, 진성은 사담을 협박해 둘을 떼어놓으려 한다.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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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부터 서울 대학로 스페이스엔유에서 공연 중인 '풍월주'(제작 CJ E&M㈜)는 신라 진성여왕과 두 남자기생인 열과 사담의 삼각 관계를 그린 퓨젼 사극 뮤지컬이다. 사극 콘텐츠가 대중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다. 그러나 '풍월주'의 방향은 이와는 살짝 다르다. TV 드라마ㆍ영화ㆍ뮤지컬 등 기존 퓨젼 사극들은 역사를 고증하거나 과거와 현대의 모티프를 혼합한 퓨젼 형식을 추구했다. 그러나 '풍월주'는 이에 구애 받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더 펼친다. '풍월주' 속 세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라시대가 아니다. '무늬'만 신라다. 신라시대 배경이지만 주인공들은 고어가 아닌 현대어를 사용한다. 옷도 '치렁치렁'한 고전적 한복 의상이 아닌 서양 스타일이다. 주인공들이 뛰어 노는 4층 무대도 '클래식'보다는 '현대' 쪽에 가깝다.

'풍월주'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사담과 열의 특별한 감정, 그리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열을 얻고 싶은 진성의 뒤틀린 사랑 등 사극과 삼각 관계에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인 퀴어 양념을 더했다. 이 뮤지컬은 지난해 초 CJ 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Creative Minds' 작품으로 선정된 뒤 리딩 공연과 갈라 콘서트를 거치며 반응이 좋아 완성 뮤지컬까지 이어진 사례다. 공연 초반 반응은 뜨겁다. 프리뷰 공연 티켓 예매가 시작된 지 5분만에 240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다. 내러티브와 극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에 성두섭, 이율, 김재범, 신성민 등 뮤지컬 '블루칩'들이 더해진 덕분이다.

호불호는 갈린다. 내러티브 전개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단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열린' 느낌의 각본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극히 역설적이지만 양쪽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취향의 문제다. 역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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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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