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아이처럼 행복하라' 기적을 부른 천사들
해발3000미터, 파키스탄 오지마을의 65명 천사들을 위한 알렉스초등학교, 도움의 손길 절실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바마드에서 버스를 타고 40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스카르두. 다시 그곳에서 지프차로 7시간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는,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하늘마을 수롱고. 지난해 외지인의 발길이 쉽게 닿을 수 없는 이 마을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카라코람산맥 등반에 나선 익스트림원정대의 일원으로 이곳을 찾은 알렉스 김(32?본명 김재현)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스 초등학교’를 짓고 지속적으로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알렉스 김씨가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알렉스 초등학교' 아이들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아이들을 돕기 위해 그는 자신이 십여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글을 담아낸 '아이처럼 행복하라' 책을 발간했다.
지난 5일, 서울에 위치한 타이음식점 ‘알렉스 타이 하우스’에서 이 레스토랑의 주인장이자 ‘아이처럼 행복하라’의 저자인 알렉스 김씨를 만났다. 그는 처음 수롱고 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학교의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책걸상 대신 바닥에는 구멍 난 플라스틱 카펫이 깔려 있었고, 학교 유리창 40개 중 39개가 깨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칠판 대신 벽에 검은 페인트를 칠한 교실에서 매일 65명의 학생들이 하루에 1시간씩 수업해주고 가는 옆 마을 공립학교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처음부터 선뜻 돕겠다고 나서기엔 내 형편도 어려웠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나를 이곳에 보낸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돈이 많아서, 희생정신이 강해서, 혹은 남들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이 일에 뛰어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그저 ”이 아이들 앞에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서게 된 운명을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된 65명의 아이들과 김씨의 인연은 ’알렉스 초등학교‘의 탄생으로 작은 결실을 맺었다. 오늘도 450명의 마을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를 위해 매일 다섯 번씩 알라신께 기도를 드린다. 알렉스씨는 “날마다 천사들이 나를 위해 2250번의 기도를 한다니 너무 행복하다”면서 자랑하다가도 “학교 이름은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자는 마음으로, 1~2년쯤 돕다가 포기해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붙인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가 태국을 여행하면서 익힌 요리실력으로 태국음식점을 연 것도, ‘아이처럼 행복하라’ 이 책을 쓴 것도 모두 이 아이들을 마음껏 돕기 위해서다. 알렉스씨는 “사실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온 뒤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파키스탄 아이들의 눈동자와 미소가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알렉스씨는 “앞으로 책걸상 만들고, 깨진 유리창도 교체하고, 아이들이 쓸 학용품과 책 등을 지원하려면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서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할 수도 있고, 인세수입도 생겨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아이처럼 행복하라’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스무살 때부터 십여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담은 사진과 글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티베트 등 여행자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가 마주한 것은 관광지의 멋진 풍광이 아닌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아무런 기교도, 연출도 없이 정직하게 아이와 노인의 얼굴을 담아낸 사진들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할 만큼 매력적이다.
때 묻지 않는 순수를 간직한 얼굴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행복’,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알렉스씨는 “우리는 불행한 현실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하지만, 그들은 행복을 찾지 않는데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산소가 부족하고, 물이 부족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고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부족해도 그들은 행복을 찾는 대신 지금 모습 그대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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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사람 냄새나는 사진을 계속 찍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알렉스 씨는 다음달 파키스탄을 다시 찾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있다. 수롱고 마을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사파라의 한 초등학교도 방문해 도울 계획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교는 원정대의 짐을 나르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운명을 짊어진 아이들이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 수익금의 일부는 ‘알렉스초등학교’를 위해 쓰일 예정이며, 별도로 후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은행 127-910002-62705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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