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가려는 대학가, '新캠퍼스' 비명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봄 이사철이 성큼 다가왔다. 서둘러 집들이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대학가는 캠퍼스 '이사' 및 '건립' 문제로 골치 아프다. 자금 조달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는 대학도 있고, 끝내 그동안의 계획을 '백지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이화여대는 지난해 말 비싼 땅값을 이유로 파주캠퍼스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중앙대도 최근 검단신도시 내 캠퍼스 유치 문제로 인천시와 협상 중이지만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캠퍼스를 설립한 연세대는 막상 신입생 유치가 예상보다 저조하자 방법 마련을 고심 중이다.
◆ 중앙대학교, 검단캠퍼스 유치로 인천시와 줄다리기 = 중앙대학교는 인천시와 현재 검단캠퍼스 유치 문제로 3년째 협상 중이지만 땅 값과 대금 지급 시기 등에 대한 의견차로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현재는 인천시가 중앙대에 63만여㎡의 캠퍼스 타운 개발권을 넘겨주고 중앙대가 여기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캠퍼스를 짓는 방식까지 합의한 상태다.
중앙대학교 검단캠퍼스 이전은 안상수 전 인천 시장 시절부터 추진해왔던 일이다. 2010년 2월 중앙대는 인처시와 '검단신도시 제2지구 대학용지 캠퍼스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천시로부터 검단신도시 2지구 내 대학용지를 최대 66만㎡까지 공급받기로 했다.
당시 검단신도시 인근 지역 아파트에는 '중앙대학교 및 대학병원, 검단2차신도시 유치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리는 등 일부 주민들은 유치에 따른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에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송영길 시장 취임 이후부터 캠퍼스 조성 문제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일단 인천시가 건립비용으로 지원해주기로 한 현금 2000억원을 '지원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또 현재 캠퍼스 타운 부지 가격을 놓고도 중앙대는 원형지 가격인 3.3㎡당 110만원대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인천시는 조성원가인 3.3㎡당 300만원을 고수하는 등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캠퍼스 이전에 총 8000억원의 예산이 드는데 그 중 인천시에서 2000억원 현금 지원을 약속했는데 최근 경기가 안좋아지면 현금 지원 얘기가 전혀 없던 얘기가 돼 버렸다"며 "어디 집을 팔고 이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자금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건립비용이기 때문에 금융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캠퍼스 타운 부지 가격에 대해서도 "인천시가 비영리 단체인 학교에 대해서는 싼 값에 땅을 내주고 나머지 부지는 일정 가격의 돈을 받아 개발사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며 "원래 내년에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이렇게 되면 행정절차만 2~3년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중앙대는 하남캠퍼스 건립안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지난해 8월 대학이 캠퍼스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을 주택용지로 개발하게 해달라고 한 요구를 하남시가 수용할 수 없다고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 대학들 지방캠퍼스 설립 '삐걱'..이화여대는 파주캠퍼스 백지화=중앙대의 경우처럼 최근 몇 년 동안 대학들은 지방캠퍼스를 설립하기 위해 각 지자체와 활발히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실제로 가시화된 성과를 낸 곳은 거의 없다. 땅값 보상과 사업내용 등 세부 사항과 관련해 대학측은 저렴한 땅값에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필수요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예산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대학이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의 경우 지난해 8월 5년간 추진했던 파주캠퍼스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이대는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에드워드 21만9000㎡와 인접 국유지 7만㎡ 등 28만9000㎡에 대규모 교육·연구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06년 10월 파주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땅값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이대는 "사업초기 땅값을 292억원으로 예상했는데 교육연구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2010년 감정평가액이 652억원이 됐다"며 "그러나 국방부의 감정평가액은 1750억원이어서 협상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파주시는 이대를 상대로 에드워드 토양반입 2억4000만원 등 그동안 지원한 14억1350만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도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파주시도 경기도와 함께 이대에 재정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이대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해 당시 주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현재 이대 캠퍼스가 들어오기로 했던 땅은 공모를 통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서는 부족한 교육분야를 확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노릴 수 있어 대학 캠퍼스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내 캠퍼스를 조성하면 과밀화된 서울 캠퍼스를 분산시키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경기도는 미군기지 반환으로 대규모의 땅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어 대학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성과는 미미하다. 대학들이 충분한 준비없이 캠퍼스 이전·건립 등을 추진하다가 내부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재정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파주시는 이화여대 외에도 2007년 서강대, 2008년 국민대와 캠퍼스 건립 MOU를 체결했지만 이들 대학도 재정상의 이유로 사업을 취소했다. 광운대도 2016년 의정부시내 미군 공여지에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재원 문제로 사업을 포기했다. 인천 송도 캠퍼스를 설립하려던 고려대도 지난해 학교 사정으로 사업추진을 취소했다.
캠퍼스를 건립한 후도 문제다. 가장 먼저 캠퍼스 설립 사업을 궤도에 올린 연세대도 갈 길이 멀기는 마찬가지다. 연세대는 지난 2006년 1월 인천시와 송도캠퍼스 조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2008년 11월 착공에 들어갔다. 인천시가 6500억원을 들여 송도 국제캠퍼스 1단계 공사를 지난해 3월 완료했지만 학위 과정 학생은 480명에 불과했다. 연세대가 약속한 5000명의 10%도 안되는 수준이다. 학생과 교수들의 출입이 적다보니 '유령캠퍼스'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그나마 전년도보다 많은 700명이 등교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에 9일 인천광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교내 기숙형 대학인 '신입생 레지던셜 컬리지(RC)'를 운영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신입생은 의무적으로 송도 국제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제1기숙사만 확보된 2013년에는 4000명의 학부 신입생을 절반으로 나눠 1학기씩 지내게 하고, 제2기숙사가 완공되는 2014년부터는 신입생 전원을 1년씩 지내게 한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연세대가 정작 필요한 단과대는 옮기지 않고 기숙사 인원만 확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1학년 학생들이 교양 등 모든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할 것"이며 "단과대 이전 등은 학교가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추진 등을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굳이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확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캠퍼스 확장을 시도한다고 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캠퍼스 추가 설립을 이룬 대학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지자체와 아무리 MOU를 맺어도 교과부가 최종 승인을 하지 않으면 캠퍼스를 이전하거나 새로 설립할 수 없다"며 "승인을 받으려면 이전 비용 마련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안이 신빙성이 떨어지면 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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