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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⑥]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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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⑥]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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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한겨레신문사/ 9500원

박민규와 삼미 슈퍼스타즈.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다.
4번의 이직 끝에 사표를 낸 뒤 빚을 얻어 노트북을 산 박민규와 삼미 슈퍼스타즈. 3년 반 동안 120승 4무 211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삼미 슈퍼스타즈와 박민규.

어딘지 모르게 통하는 구석이 있다. 빚을 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역사로 야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까지를 파고든다.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이렇게 썼다. '삼미는 분명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다.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의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그가 이 대목에서 제시한 프로야구 원년 종합 팀 순위는 이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 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스: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박민규는 평범한 삶보다 조금 못하거나 더 떨어지는 삶은 철거나 죽음이라고 표현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눈에 흙을 뿌려야 할 만큼 치욕을 당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므로, 그런 삶은 순위에 낄 자리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프로야구에서 삶을, 또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읽어내는 박민규의 재치가 돋보인다.

소설가 황석영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두고 '개그 같은 말솜씨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고 평가했다. 가벼움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가벼움이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소설가 박범신의 평도 있다. 그는 박민규가 바라본 삼미에 관해 '자본주의 세계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닌데도 이 소설이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우리가 박민규식 에스컬레이터에 태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자유자재로 섞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낼 수 있는 작가를 만나 기쁘다는 그다.

'1할 2푼 5리의 승률로, 나는 살아왔다. 아닌 게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라고도, 나는 말할 수 있다'고 전하는 박민규의 야구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싶은 날이다.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유쾌한 그의 글이 조금은 위로가 될듯하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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