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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제훈과 김수현을 꿈꾼다 - 영화 '줄탁동시'의 이바울과 염현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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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제훈과 김수현을 꿈꾼다 - 영화 '줄탁동시'의 이바울과 염현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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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부화하기 위해서는 알 속 새끼와 알 밖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1985년 부산 출생으로 단 열아홉 살의 나이에 내놓은 장편 데뷔작 '얼굴 없는 것들'(2005)로 한국은 물론 로테르담ㆍ밴쿠버ㆍ시드니 영화제 등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김경묵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탈북(脫北) 소년과 조선족 소녀, 몸을 파는 동성애자 소년의 도시에서의 부유(浮游)하는 삶을 그려낸 '줄탁동시'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Orizzonti, 현재의 영화) 부문에 초청되어 호평받았다. 탈북자 '준'과 동성애자 소년 '현'은 서로 닮은 듯 서로 다른, '줄탁동시' 느낌의 두 주인공이다. 미성숙하지만 거친 청춘의 모습을 대변하는 준과 현은 신인 배우 이바울과 염현준을 만나 비로소 반짝반짝 빛난다.

줄탁동시 1, 이바울(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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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아르바이트와 전단 배포 등으로 힘든 일상을 버티는 소년. 남한으로 오던 중 엄마는 죽고 아버지와 둘만 탈북에 성공했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따로 살림을 차렸고 준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혼자 서울에서 산다. 주유소에서 함께 일하는 조선족 소녀 순희에게 호감을 가졌던 준은 순희를 희롱하던 주유소 주인과 갈등을 벌이다 해고된다.

배우 아버지처럼 목사가 될 생각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연기 학원에 가게 됐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실미도' 강성진 배우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가슴 한켠에서 묘한 떨림이 있었다.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 진학해 군대를 다녀온 후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학교 선후배와 대학로에서 작은 극단을 만들어서 워크샵 형태로 '서툰 사람들' '색즉시공' '라이어' 등 여러 작품들을 올렸다. 선배들에게 많이 맞고 고생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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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두 번 지원 후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의 이야기로 자유 연기를 했다.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펑펑 흘렸다. 2주 동안 네 번 미팅을 한 뒤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고 집에서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을 제외한 모든 스태프들이 캐스팅을 반대했다고 하더라. 탈북자면 피부도 '거무튀튀'하고 외모도 거칠어야 하는데 내가 안 그러니까(웃음). 캐릭터를 위해 반 삭발을 하고 무려 200분의 태닝을 거친 후 준으로 변신했다.
난관 촬영 도중에 현준이가 '잠수'탔던 적을 빼면 힘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웃음) 극 말미에 속옷만 입고 걷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 끝난 후에 보니 발 근육에 염증이 생겨서 3주 동안 한쪽 다리에 깁스를 했던 적은 있다. 마음은 안 그렇지만 몸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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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지난해 베니스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 가슴이 벅찼다. 처음 보면 어려웠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슬프고 재미있고 답답하고, 안 보이던 것이 점점 많이 보였다. 베니스는 생애 처음으로 가본 외국이었다. 영화에서만 경험하던 곳에 내가 와 있다니 환상적이었다.

경쟁자 신경 쓰이는 사람은 있다. '파수꾼' 보고 이제훈에게 반했다. '파수꾼'으로 워낙 강한 인상을 받은 탓에 차기작 '고지전'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눈빛 연기 하나는 정말 최고라는 생각이다.

줄탁동시 2, 염현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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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을 전전하며 몸을 파는 동성애자 소년. 중년의 유능한 펀드매니저 성훈의 사랑을 받으며 한강 변 고급 오피스텔에서 편하게 지낸다. 알 수 없는 외로움과 자신을 믿지 못하고 집착하는 성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현은 온라인 채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닌다. 이 사실을 성훈이 알아챈 후 둘 사이의 갈등이 깊어진다.

배우 고등학교 때 동아리에서 처음 접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강요하는 학교가 체질에 맞지 않아서 필리핀, 일본, 호주 등 외국으로 많이 겉돌았다. '중졸' 신세로 한국에 돌아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연기 연습실을 함께 다녔다. 돈이 많이 드는 입시 연기를 요구하는 대학 연극영화과는 아닌 것 같았다. 대신 필름메이커스 등 여러 한국독립영화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리고 오디션을 봤다. '최악의 아이들' '아이에오우' '낙원'이 그 때 찍은 독립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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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소심하고 여린 학생 이미지의 캐릭터만 해서 '줄탁동시' 현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 현과 성훈의 갈등 장면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주변의 도구를 최대치로 활용해서 격한 감정 표현을 해냈다.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는 기쁨 반 두려움 반이었다. 외형은 그렇다도 해도 내면적 부분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으니까 불안했던 거다. 앉을 때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는 식으로, 행동을 할 때 특정 제스처에 집중했다.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의 내 목소리도 더욱 유약하고 여성적으로 냈다.

난관 촬영 도중에 2주 정도 도망간 적이 있다. 처음 시나리오와는 딴판으로 현장 콘티와 카메라 앵글은 수위가 전혀 다른 거다. 카메라는 계속 아래로만 내려가고.(웃음) 어린 마음에 많이 놀랐다. 처음부터 현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들어간 것이 아닌데, 가장 먼저 격정적인 장면을 촬영하느라 부담이 컸다. 아버지한테 영화 이야기를 처음 털어놓고 아버지 뒤에 숨었지만, 감독님의 메일을 받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돌아보면 죄송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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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지은 죄가 있어서 '줄탁동시'가 베니스 간다고 했을 때 막 기뻐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봤다. 현을 오래 전에 떠나 보내서 스크린 속 현을 연기한 사람이 내가 아닌, 정말 현이라는 느낌에 기분이 묘했다. 내가 '되지도 않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언제나 내 손발을 오글거리게 한다.

경쟁자 요즘 '해를 품은 달'로 한창 뜨는 김수현. 솔직히 부러운 맘이 있다. 단편 '최악의 아이들'을 김수현과 함께 촬영했는데, 김수현이나 나나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졸업 단편에 주로 출연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앞으로 나도 좋은 작품들을 만나서 즐겁고 열정적으로 살고 연기하면 '해뜰날'이 올 것이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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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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