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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강영은 '우는 화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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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사내는 몸 속에서 울음을 꺼냈다 울음은 우는 화살이 되어 허공을 갈랐다 울음의 변방에 빗살무늬를 장치한 구름이 빗발쳤다/과녁을 향해 당겨지는 화살은 빗줄기의 연대, 피할 도리가 없으므로 그가 사랑한 사슴과 말과 여자는 붉은 비애, 피가 흥건했다/광대처럼 광대싸리나무 속에 울음을 가둔 그는 온몸이 화살통인 사내, 핏발 선 눈으로 뼈를 날려 보내는/사랑이 과녁이라면, 흉노의 피를 지닌 그를 사랑하련다. 오랑캐, 오랑캐 하고 부르면 말편자처럼 닳아 돌아오는 그를,(......)
[아, 저詩]강영은 '우는 화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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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은
'우는 화살'중에서

■ 강영은의 언어들을 따라가다보면 화살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화살은 날아가며 운다. 바람을 타거나 바람을 거스르며 날아가기에 바람을 먹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러니 화살은 울음이다. 화살은 왜 우는가. 저토록 처절한 소리를 내며 왜 그것은 살의(殺意)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활(活)에서 태어나, 죽임으로 꽂히는 살(殺)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심연을 날아가는 긴박한 결정이며 심판이기 때문이다. 유럽을 떨게한 훈족과 아시아를 말발굽으로 덮었던 흉노의 후예인 내 얼굴. 내 속에는 저 우는 화살이 들어있지 않은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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