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경기회복·물가안정 위한 대응 강화"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가 경기도 살리고 물가도 잡겠다고 한다. 모순된 얘기다. 경기를 살리자면 돈을 풀어야 하지만, 이러면 물가가 뛴다. 물가를 잡는 데는 금리 인상이 특효약이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 섣불리 쓸 수 있는 처방이 아니다.
7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는 혼란스럽다. 재정부는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광공업 생산과 소매판매 등 실물지표가 부진한 모습"이라며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재정부는 "고용 개선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고용시장은 서비스업과 상용직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져 신규 취업자 수가 44만1000명 늘었다. 세대별 취업 현황과 고용의 질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고용률(58.5%)과 실업률(3.0%) 처럼 숫자로 집약된 지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12월 광공업생산은 음료와 철강 등의 부진으로 한 달 새 0.9%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수준에 그쳤다. 소매판매도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가 줄어 전월대비 0.2% 하락했다. 1월 수출도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동월보다 위축됐다.(-6.6%) 수출입차는 19억6000만달러 적자다.
물가 여건도 녹록지 않다. 1월 소비자 물가는 석 달만에 3%대로 내려섰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종전 4.0%에서 4.1%로 상승했다. 경기가 나쁜데도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늘었다는 얘기다. 이달 말 서울시의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뒤엔 체감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속에 물가 고민도 내려놓지 못하는 재정부는 퇴로가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재정부는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 둔화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 우려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상반된 지향점을 좇는 이른바 '뾰족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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