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 분양가보다 시세 낮은 곳 수두룩 "2012년 최악의 위기"
전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골프장업계는 특히 최근 몇 년간 신설골프장의 급증까지 겹쳐 골프회원권시장이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입회금 반환대란'은 왜?= 입회금은 골프장이 회원권을 분양하면서 받은 돈이다. 회원권은 평상시에는 시중에서 거래가 가능하지만 시세가 떨어져 분양가보다 낮게 형성되면 주식과 달리 골프장에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시세가 폭락하면 당연히 매매를 하지 않고, 골프장에 반환을 청구한다. 골프장 대다수는 그러나 분양대금을 이미 공사비 등으로 다 써버린 상태다.
신설골프장들은 그래서 보통 5년이 지나야 반환이 가능한 일종의 약정을 걸어둔다.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도 시세가 유지되지 않으면 일시에 반환 신청이 몰리게 되고,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올해는 더욱이 입회금 반환 청구가 예상되는 골프장이 무려 46개소, 그 규모 2조9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원권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주가(코스피 지수)와의 연동관계에서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2009년 상반기까지는 주가와 비슷한 추이를 나타내다가 그 뒤로는 주가와 상관없이 '나 홀로 하락'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낙폭도 갈수록 크다. 지난해 12월 회원권 평균가(117개 기준)는 5년 전인 2007년에 비해 53%나 급락했다. 수도권은 57%로 비율이 더 높았다.
앞으로의 전망도 '적신호'다. 올해 33개의 골프장이 개장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 골프장 수는 적정선인 450개를 돌파해 468개소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가치를 상실한 회원권 평균가는 지난해 1억42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1/3수준으로 더 추락할 수도 있다. 신설골프장의 공사가 지연, 또는 중단되고 회원권 분양난이 가속화되는 까닭이다.
▲ 입회금은 '장기 부채'= 일부 골프장들은 회원들을 상대로 입회금을 분할 지급하겠다고 설득하는 등 차선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입회금은 골프장 측에서는 사실 부채나 다름없다. 부채를 제 때 갚지 못하면 부도 사태로 직결된다. 현재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 계열 골프장 이외 대부분이 비슷한 처지다.
한국과 비슷한 입회금제를 운영했던 일본 역시 1750개의 절반에 육박하는 800개 이상이 부도난 사례가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앞으로도 몇 년간 골프장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골프장은 새 주인에게 인수되지만 회원이 없는 퍼블릭으로 전환할 것이다.
어차피 기존 회원을 승계하라는 조건은 어불성설이다. 아무도 골프장 인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회원권은 휴지가 될 것이다. 물론 도달거리나 주말예약, 회원 수 등 차별화가 가능한 골프장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회원권 보유자로서는 세밀한 분석을 토대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하루빨리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kole33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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