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설화와 인물, 그리고 사건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박은희 기자]'임(壬)'과 '진(辰)'이 만났다. 검은색을 뜻하는 '임'과 용을 의미하는 '진'. 이들은 '흑룡(黑龍)'으로 탈바꿈했다. 2012년을 가리키는 '임진년 흑룡의 해' 얘기다.
자(子), 축(丑), 인(寅), 묘(卯) 등 12지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등 10간이 어울려 60년 마다 찾아오는 흑룡의 해. 새해를 맞아 여기저기서 '흑룡' 이야기가 들려온다. 흑룡은 검은색을 상징하기 때문에 불길한 기운을 불러올 것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흑룡이 승천하면 그 해엔 정권이 바뀐다는 말도 있다.
흑룡의 해를 맞아 이에 얽힌 설화와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인물, 그리고 이 해에 있었던 사건들을 한 데 모아봤다.
◆흑룡과 설화='60년 만에 흑룡의 해가 돌아왔다' '흑룡의 해에 아기를 낳으면 좋다' '흑룡의 해에 결혼을 하면 잘 산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들이지만 '흑룡'을 둘러싼 이런저런 사담(私談)이 올해엔 유독 뜨거운 모양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흑룡의 해는 당연히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오는 거고, 흑룡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건 없다는 것이다.
임장혁 중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는 "60년 전이나 120년 전만 해도 흑룡이란 게 없었다"며 "요즘 들어 상업화 바람이 불면서 새로 만들어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황금돼지의 해니, 흑룡의 해니 하는 것들은 모두 만들어진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흑룡의 해는 전통적인 문화가 아니라 현대의 풍속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아있는 흑룡 역시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안 좋은 기운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대표적인 예다. 백제 비유왕 29년 가을, 흑룡이 나타나자 하늘에 구름이 끼고 순식간에 천지가 어두워졌다. 이 어두움은 비유왕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백제 문주왕 3년 때의 일도 있다. 공주에 흑룡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내신좌평인 곤지가 숨을 거뒀다. 흑룡이 어둠, 죽음 등과 엮이는 지점이다.
◆흑룡과 인물=흑룡의 해에 태어난 인물들을 살펴보기 전 먼저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이이(李珥)가 그 주인공이다.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태몽에서 흑룡을 봤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흑룡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와 침실로 날아 들어오는 꿈이었다. 이 때문에 이이의 어릴 적 이름은 견룡이었다.
이이의 생가인 오죽헌에서도 이 흑룡을 찾아볼 수 있다. 몽룡실(夢龍室)에서다. 이이가 태어난 방인 몽룡실은 신사임당이 흑룡이 나오는 태몽을 꿨다고 해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 이이와 흑룡에 대한 기록은 조선 후기 학자 이긍익이 지은 사서(史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흑룡의 해를 2012년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1952년, 1892년, 1832년, 1772년, 1712년 순이다. 이 때 태어난 인물들을 꼽아보자면 1952년엔 황우석과 박근혜, 블라디미르 푸틴, 수지김 등이 있다. 1712년까지 되짚어가면 장 자크 루소를 만나게 된다.
혹시 이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라도 있진 않을까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흑룡의 해에 태어난 인물들이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사주를 따질 때엔 태어난 해와 월(月), 일(日), 시(時)도 함께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흑룡과 사건=그렇다면 흑룡의 해, 임진년에 있었던 사건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임진왜란이다. 1592년 일본군의 침략으로 일어난 이 사건 때문에 한반도 앞바다는 여러 해 동안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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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로 다음 임진년인 1652년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곳에 보급기지를 세운 것이었다. 1712년엔 조선과 청나라 사이의 백두산 일대 국경선을 표시한 백두산 정계비(白頭山定界碑)가 세워졌고, 영국의 기술자 토머스 뉴커먼이 증기기관 실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다시 찾아온 흑룡의 해, 올해엔 세계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대선이나 총선 등을 거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멕시코,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스페인 등이다. 2012년 흑룡의 해엔 또 어떤 사건들이 역사로 남을지 유심히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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