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자들 주식 대신 골프 회원권 사는 이유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베트남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두띤투이(48세)씨는 투자 목적으로 골프장 회원권 3개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은행에 돈을 넣어 두거나 주식시장, 또는 금에 투자를 하는 것 보다 골프장 회원권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수익률이 높다"고 말한다.
베트남 부자들 사이에서 골프 열풍이 불고 있다. 딩라탕 베트남 교통부 장관이 골프 때문에 발생하는 근로의욕 저하를 이유로 최근 교통부 소속 공무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릴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베트남 부자들이 골프에 미쳐 있는 이유가 '스포츠'가 아닌 '투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변변치 않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한 헷징 수단으로 골프장 회원권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 초 485.97에서 거래되던 베트남 주가지수는 22일(현지시간) 기준 360.37로 떨어진 상태며 4분기 들어서만 주가지수 하락률이 17%나 됐다. 반면 하노이 일대 골프장 회원권의 가격은 2004년 6000달러(약 690만원)에서 현재 3만달러(약 3500만원)로 5배 뛰었다. 호화 별장, 수영장, 테니스장 같은 별도의 시설을 갖춘 고급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13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일본, 싱가포르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과 비교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들의 연 평균 소득이 1200달러 수준인 베트남에서 이와 같은 시세의 회원권 가격이 형성됐다는 것은 그 만큼 부자들 사이에서 골프장 회원권 투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트남 부자들은 골프장이 처음 생길 때 회원권을 확보한 후, 여기에 웃돈을 붙여 다른 사람들에게 판다. 2년 전 부터 베트남 정부가 골프장 설립이 농경지에 피해를 입힌다는 이유로 신규 골프장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회원권 가격은 사람들의 손을 거칠수록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베트남 동남부 도시 냐짱에서 최근 1만9000달러짜리 회원권 매매를 중개해준 27세 트렁딴후옌씨는 "베트남에서 회원권은 여전히 그 수가 적기 때문에 회원권을 투자수단으로 삼는 지금의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1990년대 골프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한 후 회원권 가격이 폭락했고 최근 10년간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골프장 줄도산 사태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언제든 베트남 골프 회원권의 가격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WSJ은 정부의 골프장 설립 규제가 계속될 수록 회원권 투자는 기승을 부리고 회원권 소지자들은 두둑한 돈 주머니를 차겠지만 '거품'이 순식간에 터질 수 있는 만큼 투자 위험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