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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계 CEO, 툭하면 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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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리면 정부에 찍히고 실적부진땐 오너에 짤리고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요즘은 하도 자주 바뀌어서 누가 그 기업의 수장인지도 잘 모르겠어요."(식음료업계 고위 관계자)
식음료업계 대표이사(CEO)의 수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떠나는 CEO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보수적인 제조업체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걸로 유명한 식음료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CEO의 임기는 그대로 유지됐고 또 연임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도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불황까지 겹치면서 CEO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 됐다.

이에 따라 식음료업계 CEO 자리가 불과 1년 주기로 바뀌는 살얼음판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경영인인 CEO들의 발목을 잡는 건 뭐니뭐니 실적이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식음료업체들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공정위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철퇴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실적 부진이란 결과물이 오너인 회장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결국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대표적인 업체로 꼽히는 곳은 매일홀딩스 이다. 최동욱 매일유업 사장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최 사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 초부터 분유 파동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 온 매일유업은 지난 8월 12년 만에 전체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취임한 최 사장은 채 2년을 못 채우고 물러났다는 분석이다.

19일 대표이사 변경을 발표한 대상 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올 한해 식음료업체들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나 홀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박성칠 사장의 연임을 예상케 했으나 3년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벌써 대표이사 변경을 발표했다.

갈수록 식음료업계의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는 점이 박 사장의 경질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의 수장도 교체됐다. CJ그룹의 해결사로 이름 높았던 김홍창 전 사장이 취임한 지 불과 6개월 만이었다. 김 전 사장의 사임은 '건강 문제'로 알려졌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수장을 맡은 김철하 대표가 취임 2개월 만에 가진 첫 간담회에서 "단기 성과 등 약속한 실적을 내는 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하며 실적 챙기기를 강조했다는 점도 이를 방증했다.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1등주의', 즉 실적 중심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하이트진로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합법인 출범 이전인 지난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이장규 부회장이 올 4월 전격 경질됐는데 이 또한 부진한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15년 동안 1위를 지키던 하이트맥주의 '하이트'가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경쟁사 오비맥주의 '카스'에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통합법인의 수장에 오른 이남수 사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상황이 더욱 열악해지면서 식음료업계 CEO들의 임기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실적주의가 강조되면서 장기적인 안목보다 바로 앞만을 생각하는 부작용도 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벌닷컴이 지난 5월 밝힌 최근 10년간 국내 상장기업 CEO들의 평균 임기는 2년 7개월로 3년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7번 바꾼 기업이 36곳에 1년마다 교체한 곳이 15개사였고 심지어 1년 미만인 곳도 52개사였다.

이에 반해 2005년 발표된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의 자료에서는 상장사 CEO들의 평균 임기가 4.68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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