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요즘은 하도 자주 바뀌어서 누가 그 기업의 수장인지도 잘 모르겠어요."(식음료업계 고위 관계자)식음료업계 대표이사(CEO)의 수명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임기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떠나는 CEO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보수적인 제조업체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걸로 유명한 식음료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CEO의 임기는 그대로 유지됐고 또 연임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극도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불황까지 겹치면서 CEO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 됐다.
이에 따라 식음료업계 CEO 자리가 불과 1년 주기로 바뀌는 살얼음판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전문경영인인 CEO들의 발목을 잡는 건 뭐니뭐니 실적이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식음료업체들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곤욕을 치렀다. 국제 원부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공정위 카드'를 꺼내 든 정부의 철퇴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실적 부진이란 결과물이 오너인 회장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결국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다음으로 수장을 맡은 김철하 대표가 취임 2개월 만에 가진 첫 간담회에서 "단기 성과 등 약속한 실적을 내는 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하며 실적 챙기기를 강조했다는 점도 이를 방증했다.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1등주의', 즉 실적 중심의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하이트진로하이트진로000080|코스피증권정보현재가17,110전일대비160등락률-0.93%거래량95,249전일가17,2702026.04.30 15:30 기준관련기사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 "신사업 육성·글로벌 성과 내겠다 "하이트진로, 백년가게와 상생협력 MOU 체결[비酒류 시대]②조정 끝난 맥주…'선택의 경쟁' 시작됐다close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합법인 출범 이전인 지난해 1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이장규 부회장이 올 4월 전격 경질됐는데 이 또한 부진한 실적 때문으로 보인다. 15년 동안 1위를 지키던 하이트맥주의 '하이트'가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경쟁사 오비맥주의 '카스'에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통합법인의 수장에 오른 이남수 사장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영 상황이 더욱 열악해지면서 식음료업계 CEO들의 임기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면서 "실적주의가 강조되면서 장기적인 안목보다 바로 앞만을 생각하는 부작용도 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벌닷컴이 지난 5월 밝힌 최근 10년간 국내 상장기업 CEO들의 평균 임기는 2년 7개월로 3년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동안 7번 바꾼 기업이 36곳에 1년마다 교체한 곳이 15개사였고 심지어 1년 미만인 곳도 52개사였다.
이에 반해 2005년 발표된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의 자료에서는 상장사 CEO들의 평균 임기가 4.68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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