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버림의 미학'인가 '새로운 노림수'인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국회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 4월 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 이미 현역 국회의원 7명이 불출마선언을 했다. "선출직은 오직 표로서만 임기를 그만둘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인들이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불출마 이유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혹은 최소한의 명예 유지를 위한 사전 포기, 아니면 등 떠밀려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첫번째의 경우다. 오 전 서울시장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쇄신을 주장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정치자금법 개혁안인 '오세훈법'을 주도하면서도 강남을이란 기득권을 과감히 내던져 깨끗한 정치인으로 각인됐었다. 그리고 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의 원동력이 됐다.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홍정욱 의원을 두고 이런 행보를 보일 것이란 추측이 많다. 당 지도부에게 미운털이 박히면서도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을 꾸준히 주도하며 한나라당의 한미 FTA 강행처리에 불참했다. 이로인해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홍 의원은 지난 11일 "지난 4년의 기간은 좌절과 실망의 연속이었다.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난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공공연하게 '대권의 꿈'을 밝힌 홍 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한 것은 훗날 재기를 노린 것이란 평가가 많다. 민주당의 정장선, 장세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비슷한 경우다.
그러나 '코피 난 김에 혈서쓰는' 식으로 불출마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그런 경우다. 공공연하게 당내에서 19대 불출마 1순위로 꼽혔던 이 부의장이 불출마를 던졌던 시점은 보좌관 돈세탁 비리 연루 의혹으로 한창 곤혹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측근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부의장은 "내 불출마 카드를 정국 돌파의 카드로 활용하라"고 종종 당부해왔다고 한다. 여당 한 중진의원 역시 지역구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공천 받는 것부터 힘들 거라며 떨어질 바에야 일찌감치 불출마 했다는 평가다.
요즘 정치권에선 여권 내 친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언제부터 나올지가 관심사다. 당내 초선 의원에 친이명박계 리더까지 불출마 한 상황에서 기득권을 가진 친박계만 자리 유지를 한다면 역풍이 불 것은 뻔하다. 한 당직자는 "박근혜 전 대표부터 불출마 해 물꼬를 터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 전 대표부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서도 치를 수 있다. 박 전 대표부터 총선 전 이런 기득권을 버려야 친박 중진들도 자극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버려야 얻는 것은 맞지만, 버릴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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