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톱PC가 동반성장 발목잡네
대기업·중기, 적합업종 선정 끝내 결론 못내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출범 1주년을 맞아 그럴듯한 성과물을 내놓고자 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바람은 절반만 이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매울 수 없는 간극 때문이었다. 특히 대기업들이 격렬히 반발했던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거나 일부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는 일은 여전히 갈등이 첨예해 향후 논의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각종 동반성장 대책의 큰 그림이 완성된 상황에서도 양측이 끝까지 손 놓지 않았던 부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3일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제10차 전체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40여분 이상 늦게 끝날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갔다. 대기업측 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하지 않아 주요 안건들이 일방적으로 통과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으나 회의에 참석한 위원 대부분이 오히려 대기업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합의기구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중요한 결정을) 다음 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논의가 길어진 첫 번째 이유는 데스크톱PC 등 일부 품목에서 적합업종 선정의 적절성 여부가 결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스크톱PC는 당초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조달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물량을 일정 비율로 나누자는 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결론내지 못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삼성ㆍLG 등 대기업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인데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제품을 어떻게 할지,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삼보컴퓨터를 어디로 구분할지 등 따져볼 변수가 많아 일단 선정하지 말고 추가로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거론된 삼보컴퓨터의 경우 현재 워크아웃중이라 이번에 중소기업을 졸업했다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위원회 내부에서도 고심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몇해 전 공공기관의 경우 가급적 중소기업PC를 사용하라고 권고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적합업종 선정이 보류된 유기계면활성제나 배전반도 대중소기업간 의견차가 크다. 위원회 한 인사는 "유기계면활성제는 애초 대기업에 사업철수를 권고했지만 향후 관련제품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여지가 커 삼성ㆍ롯데 등 대기업측이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력제어장치 일종인 배전반의 경우 일부 종류에 한해 대기업이 사업을 줄이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지만 중소기업측에서 실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적합업종ㆍ동반성장지수와 함께 동반성장 3대 대책 가운데 하나인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들이 '절대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 대기업 위원이 참석하지 않은 직접적인 이유도 이익공유제를 이날 안건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처음 방안을 제시한 정운찬 위원장도 자신의 뜻을 굽힐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들이 대안으로 내놓는 성과공유제는 이익공유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명칭이 거부감이 든다면 고칠 용의는 있지만 내용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성과공유제가 협력업체가 달성한 원가절감 등의 성과를 공유하는 모델이라면 이익공유제는 협력사가 아닌 대기업의 성과를 협력사에 배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