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프로야구를 훌쩍 뛰어넘었다. 연봉 15억 원. 국내 프로 스포츠 최고 연봉이다. 주인공인 김태균의 얼굴은 당연히 싱글벙글. 하지만 어깨만큼은 천근만근이다.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렸다.
한화 구단은 12일 김태균과 1년간 총 15억 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성적에 따른 옵션은 없다. 순수 연봉만 15억 원이다. 지난 5일 삼성과 입단 계약을 맺은 이승엽의 11억 원(연봉 8억 원, 옵션 3억 원)을 일주일 만에 갈아치우며 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자로 우뚝 섰다. 당초 몸값은 ‘10억 원+α’ 수준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합의를 이룬 수치는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단주인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방침 약속과 앞서 계약을 체결한 이승엽의 연봉 액수다. 김 회장은 정규시즌 경기장을 찾아 직접 팬들에게 말했다. “김태균을 잡아오겠다.” 신뢰는 이내 김태균의 친정팀 복귀 의사로 이어졌다.
연봉 킹 등극에도 김태균의 미소는 영 개운하지 않다. 그는 올해 일본 지바롯데에서 31경기를 뛰는데 그쳤다. 6월 15일 요미우리전을 마지막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5일 뒤인 20일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리그 도전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손목 부상과 허리 통증. 하지만 치료를 마친 7월 30일 김태균은 끝내 지바롯데와 이별에 합의했다. 퇴단에는 아직까지도 다양한 이유들이 거론된다. 구단과의 마찰, 대지진 후유증 등이다. 그러나 성적 부진은 어떤 근거로도 감춰지지 않는 법. 모 구단 A선수는 “해외 진출에 실패한 선수에게 고액 연봉을 안겨주고 정작 남아 열심히 뛴 선수에게 소홀한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구단들이 곧 있을 연봉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 B선수도 “벌써부터 구단 내 위화감이 조성됐다”라며 “선수들 대부분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화 선수단의 올 시즌 총 연봉은 26억 8800만 원이었다. 김태균이 받게 될 연봉은 수치의 절반 이상이다.
이 때문일까. 김태균은 12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책임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5억 원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과분한 대우다. 믿음에 보답할 수 있는 성적을 내겠다. 연봉에 어울리는 성숙한 플레이를 하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책임감을 갖겠다”라고 덧붙였다. 김태균이 생각하는 15억 원의 가치는 ‘홈런왕+α’였다. 그는 “홈런왕을 꼭 하고 싶다. (이)승엽이 형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라면서도 “연봉을 너무 많이 받아 걸맞는 성적이 어떤 수준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남긴 성적보다 당연히 좋은 기록을 내야 할 것 같다. 모든 타이틀이 욕심난다”라고 밝혔다. 올해 스토브리그 최고의 수혜자로는 단연 이택근(넥센)이 손꼽힌다. 친정팀과 4년간 계약금 16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6억 원 등 총 50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그 역시 고액 연봉을 주머니에 넣으며 책임감을 강조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를 이끄는 자세로 솔선수범하겠다”라고 거듭 다짐했다. 이로써 내년 프로야구의 키워드는 하나 더 늘게 됐다. 간판들의 책임감 실천 여부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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