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한국인은 김치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시판된 김치 브랜드만해도 셀 수 없이 많으니 직접 담가 먹는 것이 괜한 품 들이는 일 같다. 어느 집이건 김장철에 둘러 앉아 김치를 담그던 시절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얼마나 많은 변화인가. 사시사철 먹는 배추김치를 좀 더 맛깔나게 먹는 법, 또 배추김치 말고도 다양한 제철 김치를 즐길 필요가 있다는 것. 보다 적극적인 김치 사랑을 실천할 때다.


토니유의 한식프로젝트 ⑦ 김치 사랑, 한식세계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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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한식 가운데 가장 세계화된 음식이다. 미국에서는 김치 핫도그나 김치 타코(또띠야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먹는 멕시코의 전통요리. 일종의 샌드위치다)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김치를 한식 대표 메뉴로 치켜세우곤 한다.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활용하기 쉬운 재료이고, 발효음식 특유의 중독성이 작용한 덕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외국인 한식 요리 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었다. 요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경연이었다. 27개국 64개 팀이 참가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5개 팀의 경연이었다.

그날의 대회 우승은 불가리아팀에 돌아갔다. 그들은 직접 만든 김치를 가져와 요리에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심사위원들은 김치 맛을 잘 알고 활용하는 것에 놀랐던 것이 생각난다. 단순히 레시피를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또한 레시피를 알고 있다고 해도, 정교하게 다듬고 개발하는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 요리다.


세계화도 마찬가지일 거다. 누구나 다 담글 수 있는 김치지만 어떻게 담가야 가장 맛이 좋으며, 어떻게 숙성시켜서 언제 먹어야 가장 좋은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


발효식품은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재료의 성분과 성질, 맛이 바뀌기 때문에 가장 과학적인 음식이다. 김치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는 것도 이에 관련 있다. 김치 속의 다양한 미생물과 효소가 특유의 감칠맛을 만들어 내는 지혜 말이다.


많은 종류의 김치가 있지만 대표적인 배추김치를 예로 들어보자. 배추, 소금, 고춧가루, 젓갈류 등이 주재료다. 발효음식은 주재료가 좋다면 양념이 적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때문에 배추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배추와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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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칭해서 부르는 배추는 ‘호배추’라는 외래종 배추다. 국내산 토종 배추가 있긴 지만 호배추에 비해 시장성이 떨어지는지라 지금은 보기 힘든 배추다. 한겨울 김장철이 되면 이 배추들도 제철을 맞는다. 요즘에는 한여름에도 배추가 나오긴 하나 제철에 비해 맛이 싱겁다.


사시사철 배추김치를 먹는 건 최근에 생겨난 고정관념이다. 소비자들이 찾다 보니 생산지에서는 억지로 비료와 농약에 의존해 배추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사계절 배추김치만을 고집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채롭게 제철에 맞는 김치를 즐겼으면 한다. 예를 들어, 여름이라면 여름 제철 채소로 만든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얼갈이김치 등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식생활이 필요하다.


좋은 배추와 함께 중요한 것은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다. 가장 중요하고 힘든 과정이다. 소금은 삼투압 작용을 하면서 김치의 맛과 보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이 어렵고 번거롭다보니 요즘엔 산지에서 배추를 김장에 적합하게 절여서 배송해주는 절임 배추가 유행하고 있다.


배추김치의 아삭한 식감은 소금에 함유된 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 성분이 좌우한다. 최상의 식감을 위해서는 2~3년 간수를 뺀 천일염이 적합하다. 보통 간수를 뺐다고 하는 소금을 사용하지만 천일염이 아니라면 김치의 보관에 있어 맛이 일률적이기 힘들다. 또 간수를 빼지 않고 사용하면 김치가 너무 빨리 익어 장기간 보관이 힘들고, 쓰고 떫은맛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양념에 집착하지 말 것. 배추와 소금, 온도, 숙성기간 만을 잘 고려한다면 맛깔난 김치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배추김치 외에도 다양한 김치가 있으니 사계절 배추김치만을 고집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채롭고, 제철에 맞는 김치를 즐겼으면 좋겠다.



글_ 토니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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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등을 거쳐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D6'에서 총괄 셰프를 지내고 현재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2011 농림수산식품부 ‘미(米)라클 프로젝트 멘토 셰프로도 활동 중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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