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속 英파운드화 '줄다리기'
영국 파운드, 출렁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 부채위기 심화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등락을 거듭하며 ‘줄다리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17일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유로화가 힘을 잃으면서 외환시장 안전자산 수요가 파운드로 몰려 강세를 올리는 반면, 날로 암울해지는 영국 경제의 향후 전망은 파운드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화는 2010년 중반부터 올해까지 달러화 대비로 파운드당 1.6달러 안팎을, 유로화 대비로는 파운드당 1.1~1.2유로 중반대를 오르내리며 큰 변동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은 16일 영국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앞서 내놓았던 올해 1.5%, 2.2%에서 각각 1% 이내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10월 5%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최고조에 달했으며 2년 안에 2%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BOE가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추가 양적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했다.
이론적으로라면 파운드화는 하락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유로화에 비해 더 올랐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로화 약세가 더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유로존 위기가 부각된 요즘 세계 외환시장 동향에서 각국별 경제 펀더멘털 요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자산영역을 이탈하려는 안전자산 ‘쏠림’ 경향이 어느 때보다도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왔다. 16일 발표된 미국 10월 산업생산 지표는 전월대비 0.7% 증가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 0.4%를 웃돌았고 특히 공장생산이 3개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4분기 낙관적 전망에 무게를 실었지만, 이날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유로존 위기와 미국 경제성장 둔화로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오히려 달러 이탈의 촉매제가 되고 있으며 파운드도 이같은 힘의 영향권에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스티븐 세이웰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가 압력을 받으면서 파운드가 도피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며, 이는 현재 영국 경제의 실질적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펀더멘털이 반영되지 않은 파운드화의 강세가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일부는 시장의 전망처럼 BOE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경우 이는 파운드화 약세로 이어진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둔다.
UBS는 “영국 경제가 고질적인 저성장과 높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유로존 위기 확산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는 점을 볼 때, 파운드화가 얼마나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면서 현재 파운드당 1.57달러에서 한달 안에 파운드당 1.55달러까지, 3개월 안에 1.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추가 부양책은 파운드화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반면 유로존 위기가 언제 소강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미국의 잠재적인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때문에 안전자산 수요가 파운드화를 계속 밀어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여전하다.
또 BOE의 전망처럼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경우 앞으로 파운드화 채권의 실질수익률(영국 국채 10년물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이 유로화에 비해 더 매력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가정도 한몫한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높은 인플레 수준 때문에 주요국 통화 중 파운드화 채권의 실질 수익률은 -2.56%로 가장 낮다.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면 -0.83%인 미국이나 -1.1%인 독일 국채보다 더 호전될 수 있는 것이다.
FT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어느 쪽의 전망이든지 유로존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유로존 위기가 해결책을 찾을 경우 파운드화는 명백히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도 함께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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