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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21년, 현지 上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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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도 통한 신속·개척·특화 LIG정신

타향살이 21년, 현지 上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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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미국)=김은별기자】지난 8월 말, 강두석 LIG손해보험 미국지점장은 밤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런던에서 2년, 뉴욕에서 4년을 보낸 터라 해외 지점에 이력이 붙을만큼 붙은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긴장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샌 것이다.

바로 허리케인 '아이린(Irene)' 때문이다. 며칠 전 진도 5.9의 지진 때문에 놀랐던 마음을 추스리자마자 다시 닥친 재앙이었다. 다행히 뉴욕과 뉴저지주로 북상하면서 아이린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됐고, 강 지점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국 뉴저지 지점에서 만난 그는 "허리케인이 온다는 소식으로 보험업계 전체가 긴장했는데, 다행히 강풍으로 인한 손해보다는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손해보험에서 침수에 의한 피해는 자연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 지점장은 "이제는 전세계가 자연재해와 관련해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년 전, 단 두명의 파견직원으로 미국 뉴욕에 지점을 연 LIG손보는 미국 현지 시장에서도 이름이 알려질 만큼 크게 성장했다. 사업자 종합보험을 중심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LIG손보의 과거, 현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 기업중심에서 미국 메인스트림(Main Stream)으로 = '한아름 슈퍼, 동방그릴, 소문난 집, 감미옥...' 이 가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 공통점은 바로 미국의 한인타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유명한 곳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최대의 한인마트, 음식점 등으로 미국 교포사회에서의 자존심과 같은 곳들로, 한인타운을 거닐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LIG손보의 고객이란 것.

이처럼 미국에서 꽤 알려진 유명 한인 업체들은 대부분 LIG의 고객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 LIG손보가 미국에 진출한 것은 지ㆍ상사의 보험계약 관리 등 LG그룹의 계열사 물권을 취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외환위기(IMF)를 겪고, 계열분리가 되면서 그룹의 물권은 모두 취급하지 않게 됐다.

더이상 그룹만 믿고 경영하는 것은 힘들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최우선 공략 대상은 미국의 한인들이었다. 2005년에만 해도 LIG손보는 세탁소, 슈퍼, 식당 등을 운영하는 한인 자영업자들에게 보험을 판매했다. 한인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곳들이 가입하기 시작하자 고객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민길에 올라 처음 자영업을 시작한 한인들도 입소문을 듣고 LIG손보를 찾았다. 그렇게 한인 사회에서 먼저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LIG손보의 미국 고객들 중 한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 지점 주요 고객(메인스트림)의 65%는 미국 현지인이다. 보험영업을 전개하는 브로커(Broker)들도 한국계는 물론이고 중국계, 히스패닉 등으로 다양하다.

한인사회 중심으로 시작했던 LIG손보지만, 냉정한 미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한국인 특유의 '속도'와 '서비스정신', 그리고 '특화 상품' 덕분이었다.

◇미국 놀라게 한 한국의 서비스정신 = "저희는 무조건 '원데이 턴어라운드(One day turn around)'를 기본으로 합니다."

강 지점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미국의 보험영업은 직급 영업이 아닌 100% 브로커 기반이다. 평균 보험을 신청하더라도 나흘 정도는 걸리는 미국에서, 하루만에 답변이 오는 한국의 서비스정신이 브로커들을 감동시켰다는 얘기다.

브로커들이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요율 등을 고려해 견적을 내 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개발에도 꾸준히 힘썼다. 손보사의 고객은 브로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브로커를 감동시킬 수 있는 손보사라면 경쟁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상품경쟁력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건당 평균 3000~4000달러 규모의 중소사업자책임보험(BOP : Business Owners Policy)으로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잘 공략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강 지점장은 보험요율은 물론이고 커버리지(담보 범위)를 최대한으로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보험사들의 사정과 경제 상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요율 편차는 크지 않지만 특약 등을 통해 최대한의 장점을 주려고 노력해왔다"며 "브로커는 물론이고 고객들도 좋은 상품을 내놓으면 대형 보험사, 국내(미국) 보험사가 아니더라도 믿고 맡겨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덕분에 실적도 크게 성장했다. 2007년 2500만달러 수준이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에는 5500만달러까지 크게 성장했다. 금융위기도 잘 버텼다. 2008년 연간 매출액 3200만달러에서 2009년에는 4200만달러로 증가했고, 세전 손익 또한 20만달러에서 30만달러로 증가하며 잘 버텨줬다. 올해의 LIG손보의 예상매출액은 6600만달러, 세전 손익은 200만달러다.

강 지점장은 "1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게 되면 미국시장에서도 제대로 노하우를 쌓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젠 미국 전역에 LIG 깃발을 = LIG손보는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갈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LIG손보는 현재 뉴욕을 비롯해 뉴저지,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일리노이, LA 등 6개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다는 게 강 지점장의 판단이다. 메릴렌드, DC,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인디애나, 콜로라도 등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미 미국 19개주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강 지점장은 "미국은 각 주마다 법이 달라 인가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다"며 "언제라도 당장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미국 내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다른 지역에서도 뉴욕과 뉴저지에서처럼 처음에는 한인을 중심으로 공략하다 점차 메인스트림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미국 경기가 가장 큰 어려움이자 고민거리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자영업자들이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한 유류공장에서는 최근 스스로 불을 내고 보험금 100만불을 청구한 경우도 있었다.강 지점장은 "보험사에서 제대로 조사하러 가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공장주가 도망쳐 검거하게 됐다"며 "무조건 신규 가입자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좀 더 초기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 면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궁영 재무담당 과장은 "주로 국공채에 투자하는데, 최근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3년새 투자수익률이 5%에서 4.6%, 4.4%로 떨어지긴 했다"면서도 "메릴린치, UBS 등 인베스트 어드바이저(Investment Advisor)와 함께 운용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받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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