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조선시대 전통 보자기 전시회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마치 물처럼 무엇이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보자기는 한국 어머니의 넉넉한 품을 닮았다.
물건의 크기가 크든 작든 둥근 것을 감싸면 둥글어지고 네모꼴을 담아 묶으면 네모가 되는 전통의 보자기는 다채로운 변형으로 보관과 소지가 편리했다.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던 점은 서양의 딱딱한 가방과 다른 점이었다.
조선시대의 한옥 주거공간은 천정이 낮고 공간이 협소해 자유로이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보자기가 가재도구나 운반도구로 이상적이었다.
때문에 보자기는 이삿짐을 쌀 때, 예단을 보낼 때, 고향을 떠난 아들에게 참기름과 찬거리를 부칠 때 요긴하게 쓰였다.
이름없는 조선의 여인들이 한땀 한땀 지어 만든 보자기는 포용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했다. 왕가의 품위와 격식은 물론 서민의 소박한 생활상까지 보자기는 두루 담아낸다.
그런데 최근 보자기가 오브제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빨강과 짙은 갈색, 옅은 파스텔 컬러가 오밀조밀하게 조화를 이룬 조각보는 직각으로 똑 떨어진 몬드리안의 구성미보다 더욱 정감있게 다가오며 동양적 아름다움을 은은하게 전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을 정성스레 담아 전했을 보자기들 50여점을 소개하는 '보자기: 어울림의 예술'展을 본점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내달 17일까지 연다.
한국 자수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만들어진 모시조각보와 비단조각보, 자수보 등 조선시대에 널리 쓰였던 보자기의 정수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이번 출품작 중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수보 작품은 비교적 자유롭게 제작됐던 민보(民褓)와 구분되는 궁중용 보자기(宮褓) 2점이다.
'화조문수보 花鳥紋繡褓'는 주황색 비단에 각종 꽃문양과 길상문양이 격식 있고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으며, 뒷면에 '1653년10월'이라고 제작연도가 정확하게 기록돼 있는데, 이는 한국자수박물관이 신세계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박은주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는 "추석을 앞두고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추상적인 구성과 톡특한 조형미를 인정받는 우리 전통 문화를 현재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시대 보자기의 가치와 예술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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