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금융시장이 연이은 악재로 요동치는 가운데 각국은 외환시장 정책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치솟는 국내 인플레이션 대처와 약달러 대처를 위해 위안화 절상폭 확대에 나섰다. 외환시장 안전자산 수요가 엔화와 스위스프랑화로 몰린 가운데 일본은 추가 개입 검토에 나섰고 스위스는 '자국 통화의 유로화 연동'이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뽑아들며 환율방어에 나섰다.


◆ 中, 위안화 ‘큰폭’ 절상.. 환율정책 전환하나 = 위안화 가치가 최근 며칠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이 가파른 위안화 절상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7일부터 11일까지 나흘동안 위안화 가치는 0.7% 절상됐다. 정부가 환율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이토록 단시간에 뛴 것은 이례적이다. 위안화 환율 6.4위안대도 깨졌다. 이날 인민은행의 위안·달러 고시환율은 달러당 6.3991위안이었고 상하이외환시장에서는 전일보다 0.37% 오른 달러당 6.3945위안까지 떨어졌다. 장중 6.3895위안까지 내려 1993년 환율제도 개편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가 4일 연속 치솟은 때는 미국 정치권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서 논쟁이 커졌던 지난 201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홍콩 HSBC은행의 대니얼 휘 외환투자전략가는 “최근 위안·달러 환율 동향은 분명 무엇인가 변화가 있었음을 나타낸다”면서 “왜 이러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럴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몇 가지 설명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중국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위안화 절상폭을 더 높였다는 것이다.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년래 최고치인 6.5%로 연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중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요즘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미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지준율 인상과 함께 환율 유연성도 계속 높여 왔다.


최근 세계경제 동향을 볼 때 더 흥미를 끄는 가능성은 중국이 ‘달러 사들이기’를 중단하기로 결심했다는 주장이다. 외환보유고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표시 자산이 너무 많은데다 달러 약세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금리 유지 발표 뒤 중국 7월 무역수지는 2009년 이후 최대인 315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위안화 절상 시기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다리우스 코왈치크 크레디아그리콜 외환투자전략가는 “중국의 내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차라리 위안화를 더 절상하는게 욕을 덜 먹겠다’라는 것”이라면서 “계속 미국과 유럽 국채를 매입하면서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그만두는 대신 위안화 절상으로 ‘면피’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학계·언론에서도 환율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샤빈(夏斌) 인민은행 통화정책자문위원은 11일 “미 국채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시급히 재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외환보유고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위융딩(余永定) 전 위원도 FT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맞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 日, 엔고 역대 최고치 위협에 ‘개입’카드 ‘만지작’ = 일본 엔화 가치가 다시 전후최고치로 상승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은 ‘다시 개입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개입 효과가 5일만에 ‘약발’이 다한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엔·달러 환율은 전일 프랑스 신용강등설과 뉴욕 주가 급락이 반영되면서 11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6.30엔까지 떨어져 전후 역대최저치 76.25엔을 위협 했다. 이어 뉴욕에서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장중 최고치 77.30엔까지 올랐다 76.79로 다시 주저앉았다. 아직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개입 징후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11일 오전 참의원 예산심의위원회에 출석해 “4일 개입 이후에도 일방적인 엔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7개국(G7) 회담에서도 몇 주 동안 긴밀하게 연계를 취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후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4조5000억엔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외환시장에 엔화를 쏟아부었지만 미국·유럽 경제 불안 확산과 주가 폭락으로 단독개입의 효과는 처음부터 의문스러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의 단독 외환시장 개입은 노다 재무상이 주도한 것”이라면서 “노다 재무상이 단독개입이 갖는 제한적 효과와 외교 마찰 가능성을 알면서도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사임을 앞둔 가운데 차기 총리를 노리는 노다 재무상 입장에서는 뭔가 ‘쇼맨십’을 발휘할 계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사토 유이지 크레디아그리콜 애널리스트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엔·달러 환율의 원상복귀보다는 급격한 절상을 막으려는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말했다.


◆ 스위스프랑, ‘유로화 페그제’ 발언에 급락 = 스위스중앙은행(SNB)이 스위스프랑을 일시적으로 유로화에 페그(고정)할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연일 치솟던 스위스프랑이 약세로 돌아섰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의 토마스 요르단 부총재는 11일 “스위스프랑화 강세 저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스위스프랑화를 유로에 연동시키는 일시적인 페그제 실시도 현행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뉴욕시간 오후 5시 기준으로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환율은 5.3% 상승한 유로당 1.0844프랑에 거래됐다. 9일 스위스 프랑 환율은 유로당 1.0075프랑까지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11일 장중 1.0922프랑까지 오르며 6% 가까이 급등했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하루 최대 절하폭이다. 달러 대비로는 전일 0.7266스위스프랑에서 0.7614스위스프랑으로 올랐다.


SNB가 꺼낸 ‘페그제’ 카드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시장의 전망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이클 울포크 뉴욕멜론은행 외환투자전략가는 “확실히 효과를 낸 ‘한방’이었지만 스위스프랑으로 몰리고 있는 외환시장의 안전자산 수요를 저지하기엔 힘이 부칠 것”이라면서 “스위스프랑은 다음주면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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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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