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를 보는 상반된 시각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세계 금융시장이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을 놓고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아시아 무역 흑자국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반면 아시아 최대 무역 흑자국 중국은 '빚잔치'를 벌인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칼럼니스트 필립 보링은 뉴욕타임스(NYT) 9일자 칼럼을 통해 "미국 부채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이번 문제의 책임은 무역불균형을 초래한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링은 서방 국가들, 적어도 서방국 은행들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지역 유동성 문제를 부실 문제로 여겼던 것 처럼 아시아 국가들이 글로벌 무역 불균형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터졌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의 초점은 미국 정부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아니라 미국의 무역 적자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는데 맞춰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의 오랜 무역적자가 다른 국가에 국채를 발행에 빚을 짊어 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달러화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기가 쉬웠을 뿐, 아무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의 국채를 사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아시아 국가들에 금리를 인상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을 견디라고 강요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링은 달러화가 아시아 주요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나타낼 때, 미국이 무역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역흑자국들은 수출 대신 내수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이번 문제는 미국의 책임이라고 맞섰다. 중국 정부는 9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공식 성명을 내고 "부채 위기 국가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는 책임 있는 정책을 펴라"고 요구했다.중국 국무원은 이날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고 낸 성명에서 "관련국들이 책임 있는 재정ㆍ통화 정책을 펴 재정 적자를 줄이고 부채 문제를 해결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미국에 돈을 빌려준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키웠다. 한 네티즌은 마이크로 블로그인 시나 웨이보에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된 일에 왜 우리가 희생자가 되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중국이 외환보유고 3조2000억달러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이 과연 중국의 이익을 생각한 결정이었냐는 질타성 글들도 줄을 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중국의 전략 결정자들이 돼지 같다"고 비하하며 "사람들의 돈을 외국인들에게 빌려줄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사용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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