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추억이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라면_ 1960~70년대 지방시, 크리스찬 디올 디자인이다. 당시 적당히 파인 보트넥과 심플한 에이 라인. 나는 그런 게 좋다. 내가 오드리 햅번 세대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보통 갑작스런 약속에 대비해 사무실에 늘 두 세 벌의 옷을 비치해 두는데, 그 역시 이같은 디자인의 원피스가 대부분인 것 같다.
내게 특별한 이것_ 10여년전, 당시 문화부 장관 내외가 공연을 보러 왔다. 잔뜩 긴장한 내게 장관 부인이 소장하던 손거울을 선물로 내밀었다. 친근한 마음이 느껴져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패션은 추억이다_ 평소 옷을 살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회 참석을 위해, 혹은 공연을 위해 이동하면서 잠깐의 시간이 날 때 쇼핑하는 게 전부다. 이렇게 구입한 아이템들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건 어느 콩쿠르에 갔을 때지. 아, 이건 언제 공연을 갔을 때였지.” 패션은 그 자체로 추억이다.
관객의 패션에 대해 말하자면_ 적당한 예의가 갖춰지면 더 근사할 것이다. 사실 작은 낮 공연장이야 청바지가 뭐 어떤가. 다만 청바지라도 점잖은 구두를 신었으면 하는 정도다. 큰 공연장은 이브닝드레스가 멋지겠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색하다. 그래도 옷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니 적어도 재킷 정도는 갖춰 주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이 공연하는 발레리나가, 성악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채정선 기자 es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