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IFRS '실질지배력'
실질지배력 여하에 따라 연결제무제표 실적 ‘고무줄’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연결재무제표에 포함시키는 종속기업의 범위가 들쭉날쭉해 혼선을 주고 있다. 연결대상인 종속기업의 지분을 50%초과해서 보유한 경우외에 '실질지배력'이 있는 경우도 포함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실질지배력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지분 39.80%를 보유한 필리핀 소재의 부동산투자회사인 '카람바프리미어리얼티(Calamba Premier Realty)'를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맞춰 연결재무제표에 종속회사로 포함시켰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토지에 대한 해외기업의 직접 투자가 제한돼 일부 지분을 분산하게 됐는데, 나머지 지분을 필리핀 현지 종업원 퇴직연금이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삼성전기가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종속기업투자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LG CNS는 지분율이 32.2%인 에이치앤아이피를 종속회사로 넣었다. 보유중인 이 회사의 전환사채를 행사할 경우 50%가 넘는 최대주주가 된다는 논리였다. 반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는 연결대상에서 주력기업인 LG전자와 LG화학을 뺐다. 이유는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카드(지분율 31.52%)를 연결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분율이 50%를 넘지 않았지만 이사회 구성권을 행사하고 있어 실질 지배 중인 것으로 분류했다는 게 현대차측의 설명이다.
SK는 수익의 양축이자 간판격인 SK이노베이션(지분율 23.2%)과 SK텔레콤(33.4%)를 연결대상에 포함시켰다. SK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가 모두 의결권 과반수 보유 자회사는 아니지만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 종속기업으로 넣었다"고 밝혔다.
삼성, LG, 현대 등처럼 기업들이 저마다 가지각색의 이유를 들어 종속회사의 연결 혹은 제외시키면서 '실질지배력' 혹은 '사실상의 지배력'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질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의결권 과반수 행사 능력, 영업ㆍ재무정책 결정 능력, 이사회 과반수의 임명ㆍ해임 능력 등에 따라 정할 수 있다.
김찬홍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은 "대형회계법인조차도 실질 지배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상이한 실정"이라며 "각 기업마다 실질 지배력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결대상을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 실적도 뒤바뀐다. 삼성SDI는 개별 기업재무제표로는 올 1분기에 7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종속기업인 13개의 해외법인들을 포함시킨 연결재무제표에서는 603억원의 흑자로 줄었다. LG전자도 개별기업으로는 4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연결된 113개 해외법인 등의 실적이 좋아 연결기준으로는 1308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최현덕 회계기준원 책임연구원은 "IFRS가 도입되면서 기업들마다 연결대상 종속회사 기준이 달라져 같은 업종의 기업간 수익성 비교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단순 비교하기 보다는 지배회사 지분에 귀속되는 당기순이익을 비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