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공허한 한진중공업 청문회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29일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썰렁했다.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도 할 만하다. 환노위 소속 여당의원들은 “한진중공업 사태는 노사 간 합의된 사항”이라며 전원 불참했고, 핵심 증인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도 해외출장을 이유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묻고 듣고자 여는 '청문회'에 질문할 의원도 대답할 증인도 없었던 셈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대규모 정리해고와 크레인 농성으로 압축된다. 노사갈등은 물론 노노갈등, 기업의 경쟁력 문제, 산업의 구조조정 등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다.
급기야 지난 27일 노조가 농성을 해제함으로써 총파업에 돌입한 지 190일 만에 한진중공업 사태는 극적으로 타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일부 노조원들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핵심 쟁점을 관철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타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영도조선소 내에 있는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여전히 크레인에서 생활하고 있다. 노사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부산지법이 조선소 내부에 있는 노조원들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리면서 갈등은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이 밖에 본래 한진중공업 사태가 안고 있는 문제들도 겹겹이 쌓인 상태다. 2002년부터 자행해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문제뿐 아니라 2009년부터 타결하지 못한 임단협, 파업사태 이후 발생한 민·형사상 문제도 있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2월 170명을 정리해고하고 23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뒤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한 것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있다.
한진중공업을 둘러싼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야 할 '청문회'는 그 첫 단추였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로 끝나 버렸다. 질문도 못 할 청문회라면 애초부터 열지 말았어야 했다.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지, 정리해고는 불가피했는지, 한진중공업이 입은 500억원의 피해는 누구 탓이었는지. 열리지 못한 청문회에서 물어야 했을 질문만 텅 빈 국회 회의실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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