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난 18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무와 오이 등 채소류들이 한여름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된 채 시들어 있다. 과일가게의 수박, 사과, 멜론 등도 새벽에 산지에서 올라왔지만 거래가 뚝 끊긴 채 매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20년째 도매상을 한다는 권순한(56)씨는 “채소나 과일을 사러오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이러다 보니 매출도 최대 30%가량 감소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이 '개점휴업'이다. 이날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양배추 한 통이 500원, 대파 한 단 700~1000원, 열무 한 단 1000원, 햇감자 1㎏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무와 오이도 1000원에 2~3개에서 5개까지 얹어주고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최소 20~50% 저렴하다. 하지만 이 같은 '박리다매'도 수은주만큼 축 처진 '매기'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몸값 떨어진 채소·금값 된 과일, 외면받기는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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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이곳에서 채소 장사를 하고 있는 정형식(43)씨는 “식당이 문을 닫는 등 소비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받는 간접 타격이 더 크다”며 “예전에 비해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권모(50)씨는 “식당 주인들을 많이 상대하는데 말을 들어보면 식당마다 장사가 안 돼 야단”이라며 “인건비다 은행이자다 해서 나가는 건 많은데 식당 손님이 감소하니까 연방 문 닫고 새로 차리고 반복하더라. 이들 경기가 살아야 우리도 사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반해 과일은 '금값'이 되면서 역시 외면받고 있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이날 9㎏ 수박 한 통은 2만1000원, 부사 1개 1000원, 멜론 한 박스(3개입)는 1만5000원에 판매됐다. 오디, 복분자, 산딸기 등 여름 제철과일도 예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체리 1만원어치

체리 1만원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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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청과 관계자는 “오디(4㎏·특품)의 경우 한 상자에 5만5000~6만원이다. 지난해에는 3만5000원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들어온 체리도 현지 작황이 좋지 않아 품질도 예년보다 못하고 가격도 지난해 500g에 8000원하던 것이 올해는 300~400g에 1만원으로 껑충 뛰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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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과일 상인은 “과일 값이 많이 올라서 손님들이 와도 예전처럼 잔뜩 사가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구색을 맞추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여름에 팔지 못한 과일들이 물러 터져서 그냥 버리게 될까봐 두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을 보러 온 주부 이민숙(48)씨는 “오디로 술을 담그려고 사러 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 시장만 세 바퀴째 돌고 있다”며 “가락동이라 마트보다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 과일가격은 똑같이 비싼 것 같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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