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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실을 점거한 인문학도 새내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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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서울대가 기초학문을 지원해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는데 법인화가 되면 그마저도 어렵게 될까봐 걱정이예요."
학교 법인화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수일째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대학교. 6일 찾은 서울대 총장실 회의실에 홀로 앉아 있는 이 학교 인문학부 1학년 김모(19)씨가 눈에 띄었다. 다른 학생 100여명과 함께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씨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서울대가 법인화를 추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법령을 찾아봤다는 김씨다. 법인화 추진 법령에는 기초 학문에 대한 지원 내용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김씨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른 학과 대신 인문학부를 선택했다.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에서였다. 김씨는 학교가 법인화되면 자율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해져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가 주저 없이 점거 농성에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씨는 "법인화가 진행돼 그동안 단대별로 지원하던 것을 학교 전체 단위로 지원을 하게 되면 인문대는 기업과의 산학협력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단대에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배들한테 들어보면 인문대는 그동안에도 경영대나 공대에 비해 지원을 못 받아왔는데 법인화가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을 크게 줄이는 계기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자율경영을 이유로 2009년부터 학교 법인화를 추진해왔고, 학생들은 기초학문 지원 약화, 등록금 인상 가능성 등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법인화가 되면 학교 측이 항목별로 지원받던 예산을 총액 기준으로 받게 돼 각종 수익사업을 하는 등 자율적인 예산 운용이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립대와 같이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대 역대 총장 9명은 7일 오후 5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법인화는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점거 농성을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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