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값인하 방침에 제약계 '소송 불사'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보건당국이 리베이트를 주다 걸린 제약사에게 최대 20%의 약값인하 처분을 내리려 하자 제약업계가 '과도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리베이트-약가 연동제'라 불리는 이 제도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일부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헌법소원 제기 움직임도 일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원군 보건소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사건 등에 연루된 7개 제약사 131개 품목의 약값이 8월부터 최저 0.6%에서 최고 20%까지 인하된다. 연매출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 제품 등이 포함돼 있어 각 제약사별로 피해 정도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도를 현실에 적용하며 '비상식적인' 측면이 드러나고 있어 대대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10여개 제품의 약값이 20% 내려가게 된 A제약사가 대표적 사례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리베이트로 매출이 늘어난 제품을 골라내지 않고, 해당 의료기관에서 처방된 모든 약의 가격을 깎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1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건이 전국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보험약가'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와 상관 없는 영업사원 개인의 '일탈행위'는 부당이익금 회수 차원에서 끝나야 한다"며 "이를 가려내기 위한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동일한 리베이트를 줬어도 처방액이 적을수록 약가인하폭이 낮아지는 이상한 계산법도 도마에 올랐다. 예컨대 A사는 리베이트 100만원을 주고 1000만원 어치 처방을 받았다면 인하율은 10%가 된다. 하지만 똑같이 100만원을 주고 2000만원 처방을 이끌어 낸 B사는 약값이 5%만 깎인다. 리베이트의 '효과'가 클수록 처벌이 약해지는 식이다.
70여개 제품의 약값이 깎일 위기에 놓인 제약사 측은 "제도 시행 후 피해 사례가 나온 만큼 위헌소송을 제기할 요건이 충족됐다"고 말했다. 앞선 2009년 한국제약협회는 이 제도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법률 자문도 확보해 놓았다.
자문결과에는 "목적의 정당성과 별개로 수단이 적합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입법 원칙을 충족시키지 않아 위헌적 입법이다"는 의견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복지부 쪽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류양지 보험약제과장은 "영업사원에 대한 관리책임을 제약사에게 묻는 것은 적법하다는 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다"며 "약가 인하폭을 줄여주는 예외조항도 있지만 일벌백계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주 내로 약가인하 대상 품목을 각 제약사에 통보하고 1달간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재심을 거친 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해 조치를 확정한다. 보건복지부는 위원회 상정 직전 해당 제약사와 품목 등을 언론에 공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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