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방정환의 '만년샤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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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만년샤쓰 / 방정환 지음 / 양상용 그림 / 보물창고 / 9800원


창남이는 다떨어진 구두를 신고도, 속옷을 입지 않고도 씩씩하다. 동네에 불이나자 곤궁을 겪는 이웃에게 바지와 셔츠를 벗어줄 아량도 있다. 그러나 애처롭다. <만년샤쓰>의 어린 주인공 창남이는 착한 일을 하고도 상을 받지는 못한다. 오히려, 밝게만 행동했던 창남이가 눈먼 어머니를 모시고 힘겹게 산다는 사실이 결말에서 드러난다. 그럼에도 방정환이 그리는 동화세계는 잔인하지 않다. 와글와글하던 그 많은 학생들이 창남이의 이야기에 자는 것 같이 고요하고, 훌쩍훌쩍 우는 소리만을 조용히 낸다. 요즘 동화만큼 환하지는 않지만, 방정환의 아이들은 슬픈 일에 공감하고, 어려운일에 팔을 걷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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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역시 <만년샤쓰>에 나오는 창남이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친척집에 가서 밥을 구걸했고, 먹을 게 없으면 점심 때 변소 뒤에 숨어 놀았다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부끄러움에 쌀 꾸러간 친척집 말하기 어려워 빈손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어머니의 처량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도 한다. 1923년 3월호부터 1928년 6월호까지 잡지 <어린이>에 연재된 수필과 동화를 모은 이 책에 <나의 어릴 때 이야기>로 실려있다.


그러나 방정환은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아이들을 다독인다. 함께 실린 동화 <삼태성>에서 "좋은 마음으로 자기 할일을 부지런히 하고, 남의 것을 욕심내거나 남의 것을 도적질하는 사람도 없고, 어린 사람을 때리거나 남에게 욕을 하는 사람도 없고, 집집마다 먹을 것이 넉넉하고, 곳곳마다 꽃이 활짝 피어서 근심없는 세상"을 그는 그린다. 아이는 동화 속에서 그런 힘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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