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민 감독 "'그대사' 흥행,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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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3월 극장가에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영화 한 편이 있다. 노년의 두 커플이 나누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네 배우가 주연을 맡고 '마파도' '사랑을 놓치다'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이 영화는 개봉 한 달여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약 70만명)을 넘는 등 '작은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두 번의 제작 무산 위기를 겪은 이 영화는 불리한 마케팅 여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24일 박스오피스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 중 한 명인 추창민 감독을 이날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에서 만났다.

- 많은 어려움 끝에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었다 소감이 어떤가.


▲ 기쁘다. 고마운 분들이 많다. 배우들, 스태프들, 제작사 및 투자사, 배급사 관계자들, 영화를 보신 관객들 등 누구 한 명 꼽을 수가 없다. 벽돌 하나만 빠져도 무너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저예산 영화에 여건도 좋지 않았는데 아무도 군소리가 없었다. 내가 더 놀라울 정도로 이전 영화보다 편하게 찍었다. 그 모든 분들께 고맙다. 이 영화 흥행은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을 많이 봤다. 이 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SNS가 이처럼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 다들 위험요소가 큰 영화라 생각했을 텐데 처음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사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몰랐다. 2년 반, 3년 전쯤이었나. 연출 제의를 받고 원작 웹툰이 아닌 3권짜리 만화책을 처음 봤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원작을 읽기 전에는 노인네들 사랑 이야기가 무슨 메리트가 있을까 싶었다. 원작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디즈니 영화', 즉 가족영화가 국내에 많지 않은데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시작했다.


-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투자가 (잠정적으로) 거의 결정된 상황이라고 들었다.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60대 이상의 배우들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도 무난할 것 같고 빨리 찍어서 마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처럼 오래 걸릴지 그때는 몰랐다.


그때부터 글을 쓰고 준비했는데 역시 투자가 안 되더라. 작품에 흥미를 느꼈던 투자사들이 막상 가보면 '내부 회의 결과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말을 들었다. 강풀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잘 안 돼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두 번이나 중간에 무산되고 나서 '10억원의 예산으로 완성할 수 있다면 투자하겠다'는 회사가 있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 강풀 작가의 원작은 영화화가 까다롭다는 말이 있다. 직접 연출해보니 어떻던가.


▲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강 작가를 만나보지 못했다. 원작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그의 생각에 빠져드는 게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거리를 뒀던 것 같다. 첫 촬영 날 강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는 캐스팅에 무척 흡족해 했다.


강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악당이 없다는 점이다. 각 에피소드별로는 재미있는데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 만화도 온라인상에서 스크롤해서 볼 때와 만화책을 볼 때는 느낌이 달랐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강 작가 원작의 '순정만화'를 연출한 류장하 감독과 전화통화를 했다. 류 감독이 내게 "영화를 만들다 보면 책에 나온 이 이야기는 왜 안 넣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될 텐데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큰 도움이 됐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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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마파도'로 50대 이상의 중견 배우를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면 흥행이 안 된다는 국내 영화계의 편견을 처음 깼다. '마파도'의 경험이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인가.


▲ 내게 모험 정신은 있다고 생각한다. 중견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서 못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투자가 안 되면 결국 '마파도'도 사장됐을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차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60대 이상의 배우가 주연으로 한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한 예가 극소수다.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이 이 같은 영화를 꺼리는 것도 통계 때문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만들고 나서도 느낀 것인데 가요 수요층이 10~30대만 있는 것이 아니듯 영화도 분명 확장된 시장이 있다고 본다. 40대 이상의 타깃을 대상으로 행동하지 않을 뿐이다. 한국영화 시장이 좁다고 하지만 더 넓힐 수 있다. 내가 놀랐던 게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중 중장년층은 연인이 아니라 동창회나 등산회 등 단체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 연기경력만 수십 년이 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들보다 어린 연배의 감독으로서 쉽지 않았을 텐데.


▲ 개인적으로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는 편이라서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힘들어 했다. 드라마를 많이 하신 분들이니 처음에는 '왜 또 찍어?'라고 하시더라. 현장에서 '컷'을 외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아서 혼란을 더 느끼셨을 것이다. 놀라운 게 모른 척 '컷'을 외치지 않고 그냥 더 연기하시도록 내버려 두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알아서 채워주시곤 했다.


- 연기 내공이 대단한 분들이라 촬영하면서 감탄하는 경우가 많았을 텐데.


▲ 감정연기나 눈물연기를 할 때면 모니터를 보고 놀란 경우가 많았다. '눈물 게이지'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정확한 감정선, 정확한 표정을 지어주시더라. 한 번도 눈물약을 써본 적이 없다. 네 배우 모두 200% 이상 해주셨다. 배우가 눈물만 흘렸다면 관객이 감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구가 빨갛게 변하면서 습기가 차오르는 진실한 연기를 현장에서 보며 나도 놀랐다. 내공 9단인 배우들을 클로즈업으로 찍어 보니 그 어떤 젊은 배우들보다 깊은 맛이 난다는 것이 놀라웠다.


- 김수미 선생님에게 애드리브 연기를 못하게 해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처음 현장에 가서 김수미 선생님의 첫 촬영 때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그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 선생님을 따로 모셔다가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가만 계서도 관객을 웃을 것 같으니까 이번에 울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감독이 어떤 걸 원하는지 금방 알아채셨다. 그 다음부터는 자제를 해서 연기하시더라.


영화에서는 군봉네 부부가 죽을 때 관객이 울지 않으면 영화가 망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후반에 울리기 위해서는 군봉 처가 사전에 뭔가 펼쳐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수미 선생님을 캐스팅한 가장 큰 이유는 군봉 처 역으로 뭔가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군봉 처는 치매 노인이라 자칫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하는 일이 없어도 외향적이고 활동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연기할 수 있는 배우여야 했다. 놀이터 장면은 다른 배우였으면 느낌이 무척 달랐을 것이다. 이순재 김수미 두 선생님은 원작을 보는 순간 '이분들이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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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흥행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나.


▲ 개인적으로는 너무 오랫동안 이걸 편집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촬영이 끝나고 개봉할 때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어떤 확신도 없었다. 다른 분들이 보고 나서는 가능성이 있겠다는 말을 해주긴 했다.


- 개봉 첫 주에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아이들...'과 현빈 주연의 '만추'가 큰 화제를 모아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관심도 낮고 흥행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 영화를 보고 기대한 사람이 많았는데 첫 주 성적을 보고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 정도까지 안 되는 건가' '이런 영화를 찍어선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시사를 보고 칭찬해주시던 분들도 흥행이 안 되니 단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영화를 비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줬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둘째 주말엔 순위가 더 떨어져서 다들 끝났다고 생각하고 '영화는 좋잖아'라고 나를 위로해주더라. 나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3월 1일 휴일을 기점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죽다 살아난 느낌이었다. 처음엔 '아이들...'에 현빈 신드롬까지 부는 걸 보면서 우리 영화는 참 운도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이 영화가 정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구나' '참 운이 좋은 아이로 태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날 강풀 작가와 통화했나.


▲ 90% 완성된 상태에서 첫 내부 시사를 할 때 강풀 작가가 영화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같이 봤다. 그때 대각선 위치에 앉아 있던 강풀 작가 얼굴만 본 것 같다. 강 작가가 영화를 다 보고 매우 흡족해 했다. 이후 거의 매주 1~2회 통화했다. 3월 1일에도 강 작가가 '우리 영화 잘 될 겁니다'라며 내게 용기를 줬다.


- 종영 위기 직전까지 갔다가 되살아나서 느낌이 더욱 남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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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6주차인데 관객이 크게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고 있다. 이런 게 현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은 영화가 또 나와서 관객몰이를 하고 극장, 투자사 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수백 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2~3주 반짝 흥행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는 상영기간을 보장해줘서 오래 상영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네 주연배우. (왼쪽부터) 이순재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네 주연배우. (왼쪽부터) 이순재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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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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