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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리허설’이 명품 스피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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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은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
■ 국내 최초 아나운서 출신의 보이스 컨설턴트. 충주 MBC 공채로 아나운서계에 입문, 2005년 프리랜서로 전환 후 방송사 전문 MC 및 시사교양 리포터로 활동했다. 보이스&스피치 교육에 뜻을 품고 용인송담대학 방송영상학부 외래교수, 서울방송아카데미 아나운서 과정 강사 등도 지냈다. 현재 ‘W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보이스 트레이닝, 스피치 리더십, 면접 스피치 등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10년째 아나운서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많은 행사의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아왔다. 규모가 큰 공식행사일수록 기업의 CEO나 정치인들의 형식적인 개회사, 기념사, 축사 등이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분들의 스피치 모습이 항상 거의 똑같다는 점이다.
무대에 올라와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양복 안주머니에서 바르게 접은 원고를 꺼내어 펼쳐 놓는다. 그리고선 너무나 한결같은(?) 표정과 목소리로 청중에게는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원고를 묵묵히 읽어 내려간다. 앞에서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귀에도 전혀 들어오지 않는 문어체적 표현과 추상적인 단어가 난무하는 ‘글말’로 과연 청중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광경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소통(커뮤니케이션)’이다. 대중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청중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1:1 대화와 설득에는 강하면서 왜 많은 청중 앞에만 서면 소통은 온 데 간 데 없고 ‘일방통행’만 횡행할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가 아닌 부하 직원이 쓴 글을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말하는 이의 진심이 담겨 있을 리 만무하고, 감정이 실릴 여지도 없다. 청중은 앞에 선 리더의 고유의 경험과 철학, 지혜에 감동받고 싶어 한다. 귀한 시간을 쪼개 그 자리를 지키는 만큼 뭔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이 직접 쓴 원고를 가지고 대중 앞에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땐 ‘글을 쓴다’가 아닌 ‘말을 한다’는 생각으로 ‘입말’을 사용해 쉽게 써야 한다. 청중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 하나를 정한 후, 자신이 체험한 사례를 주제와 접목시켜 말하듯이 글로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피치를 실행하기 전 원고를 직접 작성한 후엔 반드시 내면화의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쓴 원고의 내용이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해 원고를 읽어본다. 그런 다음 원고를 완전히 덮고 내용의 흐름만을 기억하면서 셀프 리허설을 하다보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체득할 수 있다.

감동이 있는 스피치를 위해선 목소리, 자세, 제스처, 시선, 표정 등 비언어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하나하나 익히기 어려운 것처럼 보여도 사실 약간의 스킬을 배우고 꾸준히 훈련하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역동적이고 확신에 찬 연설도 충분히 가능하다. 단, 내용이 충분히 숙지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고에서 눈을 떼고 비로소 청중과 교감할 수 있으며, 감정에 따른 목소리와 표정의 변화를 통해 청중을 매료시킬 수 있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청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교집합을 찾아 핵심 메시지를 만들고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감정을 몰입하다보면 순간순간 상황에 부합하는 목소리와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청중과 소통하는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이 할 말은 직접 쓰고 이를 토대로 셀프 리허설을 반복하라. 청중의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하라. 몸은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아주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 듯, 미세한 눈빛과 손짓이 명품 스피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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