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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의영토를 넓히자> 곰돌이 청진기 개발한 김승범 제너럴닥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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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창의재단ㆍ아시아경제 공동기획]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10년 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희망은 '창의'에 달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자는 슬로건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경제영토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창의 영토를 넓힐 때가 되었다. 이것은 미래 사회의 성장 열쇠인 창의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창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그 실체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문제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생긴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정윤)과 아시아경제신문(대표 신현만)이 손을 잡고 '대한민국 창의영토'를 넓히는 과정에 오늘부터 독자들을 초대한다. 두 기관은 앞으로 다양한 창의사례 발굴과 강연회 등을 통해 독자 여러분을 미래의 등대인 창의의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우선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에 도달하게 되는지부터 알아보자. 우는 아이를 보고 곰돌이 청진기를 발명한 김승범 제너럴닥터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승범 제너럴 닥터 원장

김승범 제너럴 닥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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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에게 청진기를 가져다 댄 의사는 무슨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다들 청진기로 심장이 뛰는 소리, 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울면 청진기를 댄 의사에게도 아이 울음소리밖에 안 들립니다." 5년 전 공중보건의로 일하던 김승범(34)씨는 청진기 앞에서 반사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청진기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가 제일 먼저 생각해낸 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곰 인형이었다. 아이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면 청진기를 없애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인형 속에다 무선 청진기를 심어서 인형을 안으면 들을 수 있는 '곰돌이 2-1호'를 만들어냈다. 그가 진료실에 설치한 작은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 속 아이들은 울다가도 곰돌이를 보고 울음을 그쳤다. 의사가 두 손으로 달라고 하기 전까지 곰돌이를 안고 주지 않기도 했다.
진료받는 아이가 곰돌이 청진기를 안고 있는 모습. 청진기가 곰돌이 안에 숨겨져 있어서 아이가 안으면 자연스럽게 청진이 가능하다.

진료받는 아이가 곰돌이 청진기를 안고 있는 모습. 청진기가 곰돌이 안에 숨겨져 있어서 아이가 안으면 자연스럽게 청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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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씨는 '곰돌이 2-1호'가 탄생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줬다. 그의 첫 작품은 손에 청진기가 달려있는 '곰돌이 1-1호'였다. 그는 단순히 '곰돌이가 대신 청진해주면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곰인형의 손바닥에다 청진기를 달았지만, 결과는 대 실패였다. 두 번째 작품인 '곰돌이 1-2호'는 곰돌이의 발바닥에다 청진기를 달아봤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가 없었다. 그는 녹화된 동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무선 청진기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김승범 의사가 직접 만든 곰돌이 청진기

김승범 의사가 직접 만든 곰돌이 청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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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곰돌이 뱃속에 무선 청진기를 넣고 한 땀 한 땀 꿰매던 그가 지금은 까페 겸 병원인 제너럴닥터의 원장이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해 의사가 되기로 한 그는 막상 의대에 진학한 다음부터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자기보다 훨씬 똑똑하고, 환자에 대한 애정이 많은 선배들도 결국 비인간적인 의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절대 못할 것 같은 일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절박함이 원동력이 되어 '그렇다면 내가 꿈꾸는 병원의 모습은 어떨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아플 때만 찾아가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들고 나오는 병원보다 아프지 않을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가 차를 마시기도 하고, 나를 잘 알고 있는 의사와 30분 간 마주앉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이런 상상력이 끊임없이 그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런 호기심과 상상의 과정을 거쳐 까페 겸 병원인 '제너럴 닥터'가 탄생했다.

그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동네의원을 열고, 곰돌이 청진기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자기다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창의성도 결국 자기다움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김승범 의사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채는 건 어려워하지만, 반대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싫어하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남이 시켜서 해야 한다는 건 비극"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반대로 '죽어도 못하는 일' 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남들과 반대로 생각하면 의외로 답을 찾는 방법이 보인다는 얘기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오답을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다.

그는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를 알지 못하면 통계의 함정에 쉽게 빠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최선은 아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길이 아닌데도 계속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언젠가 다가올 후회를 기다리며, 나를 포기하고 사는 삶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그가 3억 원의 은행대출을 받아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너럴 닥터'를 개업한지도 5년이 지났다. 정해진 의사의 삶에서 뛰쳐나올 때 그의 귀에 울렸던 절박한 경고소리는 이제 잠잠해진걸까? 그는 여전히 달리는 자전거 위에 앉아있는 사람처럼 넘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제너럴닥터'를 꾸준히 찾는 사람들은 200∼300명에 이르고,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지만 김승범 의사는 오히려 고민이 많다. 진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제때 진료하려면 진료시간을 줄이거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동료들은 2년 전부터 꾸준히 제너럴 닥터를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변신시킬 준비를 해왔다. 올 봄 제2의 창업을 준비하면서 '의사와 환자의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생활협동조합은 조합의 주인이 곧 서비스의 이용자인 점이 마음을 끌게 했다.

앞으로 조합원들을 위해 '당신만을 위한 주치의'가 되겠다는 김승범 의사. '표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면 창의적이 될 수 없다는 그는 여전히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다움을 지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고 있다. 대한민국 창의영토를 넓혀가는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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