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의 패러독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동장군'(冬將軍)이 맹위를 떨치면서 최근 전력사용량이 폭증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정부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대표적인 공공요금인 전기요금 동결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력난을 부채질하는 전기 과다소비의 원인이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왜곡된 요금구조라는 지적이 높은 가운데 인위적인 요금동결이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한쪽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한시적이라도 요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전기요금의 역설(paradox)이 벌어지고 있다.
◆한파에 전력수요 사상최대=1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지난 7일 오전 11시 최대전력수요는 7142만kW를 기록하며, 지난 12월 15일 오후 6시에 기록한 7131만kW를 경신했다. 이날 최대전력시 공급능력은 7593만kW, 예비전력은 451만kW(예비율 6.3%)였으며, 비상수준인 400만kW에 근접했다. 예비전력 451만㎾는 비상 수준인 400만㎾에 근접한 것이다.
정부는 예비전력이 400만㎾ 아래로 떨어지면 그 정도에 따라 관심 → 주의 → 경계 → 심각으로 나눠 단계별 비상조치를 시행한다. 지경부는 한파가 지속되는 이달 중순경 최대전력수요가 7250만k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발전기 정비일정 등을 조정하여 공급능력을 최대한 확충하고, 피크수요를 억제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회사 등이 참여하는 전력수급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 추진실태를 점검 중에 있다.
지경부는 이상 한파에 따른 난방수요 증가와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용 전력소비 증가가 전력수요를 최고로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난방수요는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전기온풍기와 전기장판, 전기히터 등의 보급이 늘면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너무 싼 게 장점이자 단점=현재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96%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100원짜리 전기를 만들어 96원에 판매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전기요금은 영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미국과 프랑스에 비해서도 30%이상 저렴하다. 그러나 원가보상은커녕 원자재(유연탄,유가)가격이 올라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해왔다. 전기요금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7%정도로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벙커C유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LNG와 벙커C유는 국제유가와 연동되는 게 일반적이고 유연탄은 중국의 수급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2008년 평균 4.5%, 2009년 6월 평균 3.9%, 2010년 3.5% 등 3년새 11.9%가량 인상됐으나 여전히 원가 이하 판매구조다.
지경부에 따르면 도시가스와 등유 가격은 2004년 대비 45% 인상된 반면 전기요금은 1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전기 사용량은 49% 늘었으나 도시가스 사용량은 28% 증가하고, 등유 사용량은 오히려 55% 줄었다 또 2002년 대비 2009년도의 에너지 구성비 추이를 보면 전력은 14.9%에서 18.6%로 두드러지게 늘었으나 석유는 59.9%에서 53.8%로 줄고, 석탄도 13.5%에서 13.1%로 감소했다. 도시가스는 9.1%에서 10.6%로 상승했다. 또한 한국전력이 1982년부터 2008년간 물가상승추세를 분석했을 때, 소비자물가가 221%상승할 때 전기요금은 10%정도 올랐다.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버스(7.5배), 택시(3.8배), 자장면(10배)에 비해 1.2배 아주 소폭 상승한 정도다. 또한 전기요금은 요금구조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용에서 남는 전기요금 수입을 산업용이나 농사용 등 적자에 보전해주는 교차보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전기요금에 원자재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하고 현행 용도별 요금구조를 전압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물가 뛴다 정부 요금동결=정부는 2008년 배럴당 150달러에 근접하는 초고유가 시기에도 물가안정을 위해 전기요금은 동결했다가 11월에야 올렸고 가스요금은 원래 시행해왔던 원료비 연동제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한전과 가스공사 모두 3조원과 5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이번에도 정부가 요금동결을 사실상 선언함에 따라 한전과 가스공사의 상반기 요금인상 가능성은 없어지고 최근의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연동제 하에서의 요금인상 분도 반영하기 어렵게 됐다. 지경부와 한국전력 등도 에너지요금 현실화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최근의 물가분위기를 감안하면 앞장서 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앙 공공요금은 원칙적으로 동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이와 별도로 공공요금 원가공개와 함께 일정기간(2∼5년) 적용할 공공요금 가격상한선을 미리 정하는 '중기(中期) 요금협의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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