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또 내홍에 휩싸였다. 감세정책 철회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이틀째 파열음을 내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유화론과 현 시점에서 대북유화론은 시기상조라는 강경론이 공개 석상에서 정면 충돌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북한 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과거 정부 10년 동안의 '햇볕정책' 탓으로 돌려왔다. 대북강경책은 당 지지층인 보수층을 결집하는 핵심 전략이었던 만큼 이 같은 노선충돌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악화되는 여론에 대한 집권여당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점에서 대북유화정책을 펴라는 것은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에 탄력성이나 추진력, 추동력을 잃게하는 문제"라며 "국가 정책을 당파적이나 인기몰이식으로 하는 발언은 삼가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중진 의원들이 대북유화론을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홍 최고위원은 또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을 당파적이나 인기몰이식 발언으로 작전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에 전날 대북정책 재검토를 주장한 정두원 최고위원은 러시아 출신의 라미코프 교수의 기고글을 인용 "정책이라는 것은 진도가 나가야 하는데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은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는 주변국들로부터 한국의 고립화가 심화됐고, 이익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친이(친이명박)계인 두 최고위원간 설전이 이어지자 친박(친박근혜)계 서병수 최고위원과 중립성향의 나경원 의원이 나서 만류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졌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은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모두 생각할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대북관계, 대북정책을 선도하는 조치를 취하면 어떻겠느냐"고 대북정책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인 남경필 의원도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리스크를 현명하게 관리해 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라며 "여야가 함께 긴 호흡의 대북 전략을 마련해 구조적인 평화체제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면서 "현 대북정책이 북한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정책인데 전면 검토가 필요하며 강경 일변도의 대북, 외교안보라인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은 "현 상황이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며, (대북정책 조정은)타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이경재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외형적으로 화려한 긴장완화가 됐지만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인 이번 훈련으로 북한은 좀 더 조심하고 당분간 평화로 갈 가능성이 있으며, 강력한 군사대결이 평화 유지의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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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정책이나 대북정책 모두 이념과 밀접한 정책이다. 때문에 이 같은 노선 충돌은 한나라당이 172석을 가진 거대 여당인 만큼 이념의 스펙트럼이 넓어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과거 참여정부 말, 한미FTA 체결 등을 놓고 열린우리당이 내홍을 겪던 모습과 닮은 꼴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이 당내 이념대결이 벌어지는 이유로 차기 총선을 꼽는다. 북한의 도발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대북강경책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여론의 설득력을 얻으면서 자기방어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의 가장 큰 목적은 재선"이라며 "최근 한나라당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만큼 2012년 공천을 앞두고 자신들의 지역구에 '한나라당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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