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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외국인 투자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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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두얼굴을 갖고 있다.

2010년 11월 대한민국 증시가 맞은 두번의 폭격은 두얼굴의 외국인 투자자 실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옵션만기일인 11일 장 마감 직전 도이치증권을 통해 2조원 가까운 외국인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국내 주식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매물폭탄은 10분만에 코스피지수를 50P이상 끌어내리면서 올해 한국 기업들 이익의 30%에 달하는 30조원을 날려버렸다. 도이치증권을 통해 매물을 쏟아냈던 외국인 주체는 이번 옵션만기 폭격으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2주일여가 지난 23일 이번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이 한국증시를 강타했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24일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외국인들은 주식을 사들였다.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이날 4477억원을 순매수한 것은 당연히 예상됐던 것이고 외국인이 189억원으로 순매수에 동참한 것은 의외였다.
2010년 11월 국내 증시를 강타한 두 번의 폭격에서 외국인들은 완전히 상반된 두얼굴을 드러냈다.

옵션만기 매물폭탄의 경우 투기세력이 한국증시를 유린한 것이고, 연평도 증시 폭탄때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한국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는 그 자체만으로만 보면 긍정적이다. 외국인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옵션만기 매물폭탄에서 나타난 것처럼 갑자기 투기세력으로 돌변해 국내 자본시장에 폭탄세례를 쏟아 붓기도 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6년 말 35.13%에서 2007년 말 30.96%, 2008년 말 27.22%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12월 말 30.44%로 증가한 뒤 12월8일 현재 30.74%에 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기준 12.2%, 일본은 지난 3월기준 26.0%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옵션만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거래시장의 경우 외국인이 5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외국인 비중이 35.13%였던 것에 미뤄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외국인들의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캐리트레이드 자금도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이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증시로의 유입도 본격화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마음 먹기에 따라 국내 증시를 견인할 수도 있고, 유린할 수도 있는 셈이다.

자본주권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10년 11월 두차례의 폭탄세례는 외국자본에 취약한 한국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실적으로 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할 방도는 많지 않다. 자칫 잘못하다 외국 자본으로부터 외면받을 경우 그 여파는 폭탄세례보다 더 크다.

투자는 환영하면서 투기는 막는 대응이 필요한 때다. 투자의 질적수준도 높일 수 있다.

11.11 옵션테러 이후 조사에 나선 금융당국이 최근 옵션만기 쇼크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여기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차지하고서라도 시장은 금융당국의 방지책에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들이 금융당국이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현장조사에 이어 당시 주문을 낸 도이치증권 홍콩지점에 대한 조사를 위해 현지로 인력을 파견하는 등 조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발생 당시만해도 금융당국은 불법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단을 했었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지만 그동안의 관례에 미뤄 국내 금융당국이 외국의 대형 자본을 상대로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팽배하다.

'우리 금융당국이 외국계 증권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까.' '조사하는 척하다 말겠지' '조사를 하더라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으면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을거야' 시장의 이런 의심에 금융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국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태에 대해 어떤 다른 잣대를 들이댈지는 금융당국의 몫이다.

옵션만기테러를 단행한 투기세력에 대한 한점 의혹없는 조사를 통해 자본테러의 진상을 공개해야 한다. 엄중한 제재는 그 이후의 일이다.

옵션만기사태는 외국인 투기세력으로부터 자본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줬다는 점에서 대응만 잘 한다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시장은 외국자본에는 관대했던 금융당국이 그동안의 모습에서 탈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노종섭 증권부장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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