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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연단술과 광저우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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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회식 공연은 천웨이야 감독이 "깜짝 쇼를 보여주겠다"는 공언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신선했다. 공연의 백미는 물 위를 뛰어 건넌 중국의 다이빙 스타 허총이 남녀 어린이 2명과 함께 점화대에 불을 붙이자 폭죽처럼 불꽃이 수직으로 튀어오르는 장면이었다. 성화대에 불길이 일면서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불꽃놀이였지만 과연 세계인의 시선을 끌 만했다는 느낌이 든다. 500여m에 이른다는 광저우 타워의 970개 지점에서 발사된 개회식 불꽃쇼는 세밀한 기획과 디자인 설계를 통해 수행된 정교한 공연예술이었다.

불꽃쇼는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서 빈번하게 접할 수 있어 자칫 식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불꽃쇼는 우선 그 규모와 섬세함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예술성이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빚어냈다고 본다.
불꽃의 폭발력을 최대한 늦추거나 격발의 순간들을 순차적으로 조정하면서 만들어내는 선의 아름다움은 색의 조화와 함께 광저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광저우를 가로지르는 붉은 강, 주장의 작은 섬 하이신사(海心沙)에 마련된 수상 특설무대는 '물'과 '빛'과 '하늘'이 한데 어울려 공연예술 무대의 외연을 스타디움에서 수상 무대로 넓히는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엄청난 폭죽과 불꽃이 시간과 공간의 조합을 그리면서 만들어내는 화면은 과연 중국이 화약과 폭죽을 발명한 종주국이었음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최초의 화약은 황과 초석, 그리고 목탄 등을 배합한 흑색 화약류의 조성물이었다. 화약의 발상지나 발명 과정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중국의 연단술(煉丹術)에서 파생됐다고 보고 있다. 연단술은 도교사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의 하나였으며,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을 자산 축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서구의 연금술과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대목이다.

연단술에 관한 최고(最古) 기록은 한ㆍ위시대의 위백양(魏伯陽)이 BC 220년쯤에 저술한 '주역 삼동계'으로서 비금속에 유황이나 수은 등을 작용시키고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오행과 '청적황백흑(靑赤黃白黑)'의 오색을 결합시키면 금과 같은 귀금속이 함유된 단약이 제조되는데 이를 복용하면 선인이 돼 불로장생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재현 가능한 것이라 믿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황과 초석, 그리고 목탄을 10:75:15로 혼합하면 흑색 화약의 성분과 같다는 점에서 화약의 기원이라고 널리 이해되고 있다. 화약의 발명은 오랜 세월의 과학적인 연구를 거치면서 인류의 폭력성과 파괴성을 부추기는 가공할 만한 살상무기로 거듭났다. 삶을 즐기고, 향유하며, 더욱 오랫동안 삶을 유지하고 싶었던 기원에서 탄생한 화약이 인류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끔찍한 무기로 변해 인류를 겨냥해왔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화약이 폭약으로, 그리고 폭탄으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류의 가장 비극적인 폭력성을 부추겨왔던 기나긴 역사를 떠올려본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회식에서 보았던 화약의 기능은 살상도구로서가 아닌 인류의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모처럼 아름다움의 향연을 선보인 공연예술로 다시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초기 화약 발명을 위한 연단술의 긍정적인 의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잔잔한 파형이 돼 인류의 번영과 공존을 위한 작은 파동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국가적인 메달 경쟁보다는 다양한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그려본다.



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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