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요즘 주변에선 '빚'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집 가진 고통을 실감나게 하는 시대다. 다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무리하게 빚을 끌어 쓴 탓이다. 시장에선 초급매물이 넘친다. 중개업소마다 집을 팔아달라는 아우성도 난무한다. 머지 않아 투매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취재 도중 만난 주부 한 사람은 빚 때문에 이혼할 처지에 빠졌다. 그녀는 재작년 초 나중에 분양권을 팔아 웃돈 좀 벌 생각으로 중형아파트 한채를 계약했다. 그러나 입주 몇개월이 지난 지금 시세가 분양가 이하다. 때문에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투입한 원금도 건지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녀는 요즘 남편과 갈등이 심해져 사는게 지옥 같다. "욕심 부리지 말걸" 후회해보지만 방법이 없는 상태다.

빚에 볼모로 잡힌 이들이 무려 200만가구가 넘는다. 빚 없다고 고통이 없는 것만 아니다. 달랑 집 한채가 재산의 전부인 노인들도 살 길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집은 항상 오르고, 집만 잘 가지고 있어도 노후대책이 필요없는 줄 알았는데 자산가치 하락, 거래 두절로 집 가진 거지신세인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집값의 폭락이 만든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들의 한탄이 집 없는 사람에게는 사치로 보이겠지만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내집마련 대열에 참여한 사람들을 그냥 개인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워낙 집값이 올라 대출 없이는 내집마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빚'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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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편에서는 집 가진 이들의 고통을 탐욕의 결과라고 고소해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집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집이 이처럼 사람들의 표정과 심성을 다양하게 뒤틀어놨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 없는 사람들이 웃고, 집값이 오르면 집 있는 사람들이 웃는 '집의 두 얼굴'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집을 나누고, 함께 살 수 있는 공존이 모색돼야할 때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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